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10ㆍ26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3일 안전모를 쓰고 서울메트로 군자차량사업소를 돌아봤다. 이어 하루 종일 굽 낮은 단화와 점퍼 차림으로 길거리 청소를 하면서 벤처기업 단지를 방문하는 등 서울시내 곳곳을 누볐다. 판사 출신으로 미모가 뛰어난 정치인이라는 의미의 '엄친딸'이미지를 뛰어넘기 위해 '현장을 챙기는 정치인'이란 자세로 선거 첫날을 임한 것이다.
0시에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동대문 패션타운을 방문하면서 첫 공식 선거운동 일정을 시작한 나 후보는 오전 5시30분에는 서울 성동구 서울메트로 군자차량사업소를 찾았다.
지하철 레일 위를 지나던 나 후보 옆으로 서울메트로의 한 직원이 다가와 흰색 안전모와 회색 직원 점퍼를 입고 있던 나 후보에게 "안전모가 잘 어울린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나 후보는 "원래 일하는 이미지인데 자꾸 다른 이미지가 거론된다"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나 후보는 이어 오전 6시 '기호 1번 나경원, 서울 행복한 생활특별시'라고 적힌 띠를 어깨에 두르고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득표전에 나섰다. 아침 운동을 나온 시민 100여명과 함께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던 그는 대공원 중앙무대에 모여 '고구려 아차산'이란 건강체조를 하고 있던 사람들 옆에 섰다.
이들과 인사를 나누던 나 후보는 주변에서 "직접 따라 해 보세요"라고 권유하자 이내 시민들과 어울려 율동을 따라 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직접 보니 더 예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나 후보는 대공원에서 곧장 인근 능동의 먹자골목 청소에 나섰다. 길바닥에 뿌려진 유흥업소 전단지를 쓸어 담고 하수구 뚜껑까지 열어 담배 꽁초를 치웠다. 유흥업소 전단지를 주울 때는 "빨리 수거해야 어린이들이 안 본다"며 손놀림을 재촉했다.
오전 10시 30분. 광진구 당협위원회 관계자들과 가볍게 아침 식사를 끝낸 나 후보는 구로구에 있는 관악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 선거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그는 구직자들과 대화를 갖고 그들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그는 첫날 선거운동을 위해 이 곳을 찾은 이유에 대해 "시민들이 서울시장의 일자리 창출을 가장 바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0분 가량 고용센터에 머물던 나 후보는 박 전 대표와 함께 걸어서 인근에 있는 벤처기업협회로 자리를 옮겨 벤처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함께 했다.
나 후보는 여기서 물가와 보육 문제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한 참석자가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들을 보는 게 너무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하자, 나 후보는 "맞벌이 부부도 소득 하위 70%까지 (보육) 지원을 하고,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는 경우에도 10만~2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오후 1시 이후 인근 구로시장과 구로중앙시장으로 향한 나 후보는 과일가게 등 상점과 상가 등을 돌며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시장을 오가던 행인들은 나 후보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거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나 후보는 오후 2시45분쯤 현장 일정을 마무리하고 캠프로 복귀했다. 밤에 있을 세 번째 TV 토론회 준비를 위해서였다. 나 후보 측 관계자는 "그 동안 이미지 정치인이라는 말을 들어왔다면 이번에야말로 '악바리' 정치인으로서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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