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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환자 치료하지 말자" 치과의사 '블랙리스트'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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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환자 치료하지 말자" 치과의사 '블랙리스트' 돈다

입력
2011.10.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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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H씨는 최근 병원에서 '진료 거부'를 당했다. 덧니 빼고 교정치료를 받던 치과에서 애초 제시한 것보다 많은 진료비를 요구해 실랑이 끝에 치료를 중단했다. 치료를 계속 받기 위해 다른 치과를 찾았지만, 3곳 모두 진료를 거부했다. H씨는 "교정 방법이 의사마다 달라 (치료)할 수 없다길래 교정장치라도 떼달라고 했지만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다들 핑계 대면서 진료해주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고 불쾌해 했다.

일부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자신이 진료한 특정 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다같이 진료를 거부하자'고 요청하는 '블랙리스트'가 버젓이 돌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블랙리스트가 떠도는 곳은 치과의사들의 회원제 사이트 '덴트포토'. 본래 치료방법 등 임상 소견을 나누기 위해 만든 사이트지만, 익명게시판에는 'bl'(black list의 약자)이나 '진상'(꼴불견이라는 뜻의 속어)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이름과 성별, 나이, 거주지, 치아 상태까지 낱낱이 밝힌 글들이 올라있다. 언급된 환자들은 주로 치료 과정 등에 대해 항의를 하거나 의료보호 대상자여서 진료비를 적게 내는 이들이다.

한 게시물에는 임플란트 시술이 불편했다며 항의한 환자의 '파노라마'(구강 X선 사진)까지 올려놓고 '절대 치료해주시면 안됩니다'라고 선동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속 환자의 치아는 임플란트 중 잇몸뼈 역할을 하는 나사만 박아 놓은 상태. 그 위에 치아 역할을 하는 물질을 덧씌우는 나머지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잇몸뼈만으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레진(손상된 치아 부위를 덮는데 쓰는 물질) 씌운 부분이 원래 치아 색과 다르다고 항의하는 환자를 어떻게 '내칠지(돌려보낼지)' 의견을 구하는 글도 올라있다. 한 치과의사는 "육안으로 레진 씌운 부분이 원래 치아 색과 다르게 보였다면 불만을 제기할 만하다"고 말했다. 진료에 관한 환자들의 정당한 요구까지 '진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한 회원은 "X선 찍길 거부한 60대 환자의 치아가 흔들리길래 (마취 안하고) 기습적으로 확 뽑아버렸다"는 글을 '진상을 응징했다'는 제목으로 자랑스레 올렸다. 나라에서 진료비를 지원하는 무료틀니 환자나 의료보호 대상자도 '3명 중 1명이 X진상'이라며 기피 대상으로 여긴다. "싸게 치료받으면서 요구가 많다"는 게 이유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끼리 인터넷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라 의료법으로 제재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환자가 해당 의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형사처벌을 받으면 의료법상 면허정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덴트포토는 의사나 위생사 등 의료진만 가입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이나 이 리스트를 공유하는 치과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이 사이트를 탈퇴한 한 의사는 "마음에 안 든다고 환자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의사로서 기본적인 양심을 저버린 비윤리적 행태"라고 한탄했다.

올 8월 기준 국내 치과의사는 약 1만7,000명이며, 덴트포토에 회원으로 가입한 의사는 약 1만5,000명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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