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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위헌심판권 누가? 대법-헌재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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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위헌심판권 누가? 대법-헌재 기싸움

입력
2011.10.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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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유신시대 때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탄압하는 수단이었던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과거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들이 헌법소원을 낸 데 따른 것이다. 헌재는 앞으로 수 개월 내에 긴급조치를 규정한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 1, 2, 9호 등의 위헌 여부를 결정, 선고하게 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긴급조치 1호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1974년 버스에서 친구한테 정부 비판 발언을 한 혐의(긴급조치 1호 위반 등)로 징역 3년을 복역한 오종상(70)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 선고와 함께 이 같이 판결한 것이다.

한마디로 대법원이 이미 결론을 내린 사안을 헌재가 다시 판단하는 미묘한 상황이 된 것이다. 대법원 판결 당시 헌재에선 "대법원이 월권을 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법조계에서도 긴급조치의 위헌심판권이 두 기관 중 어느 쪽에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일었다.

판단의 관건은 긴급조치를 법률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헌법에 따르면 법률의 위헌 심판권은 헌재가, 명령ㆍ규칙ㆍ처분의 위헌 심판권은 대법원이 갖는다. 긴급조치의 성격에 따라 위헌심사의 관할 기관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지난해 말 판결문에서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은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긴급조치는 사전적이든 사후적이든 국회의 동의 내지 승인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법률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조치 1호는 유신시대 당시의 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도 위반돼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재의 입장은 다르다.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유신헌법에서 긴급조치는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했고, 실제로도 그랬기 때문에 법률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신헌법 53조는 대통령이 국가 위기라고 판단할 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초헌법적' 조치였던 셈이다.

때문에 긴급조치의 위헌성에 대해 헌재가 대법원과 상이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오히려 이번 사안은 '최고 사법기관'의 지위를 놓고 대법원과 헌재가 벌이는 자존심 싸움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긴급조치는 법률로도, 명령으로도 볼 수 있어 위헌 심사권은 대법원과 헌재 양쪽 모두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어느 쪽이 더 논리적이고 치밀한 법리를 전개할지 '선의의 경쟁'을 해 준다면 그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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