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연거푸 헛발질이다. 신용카드 소액결제와 새마을금고 등을 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구설에 시달리면서 금융 안정을 책임져야 할 당국이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는 형국이다. 시장에서는'금융위 리스크'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 정도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3일 "신용카드 소액결제 거부 허용과 관련 많은 사람들의 반대가 있어 신중히 가야 한다"며 "국회와 별도로 정부가 법안을 만들거나 규제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불과 엿새 전 국정감사에서 "소액결제의 신용카드 의무수납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걸 본격 검토할 시기가 왔다"던 것에서 대폭 물러선 것이다. 금융위는 가맹점들이 1만원 이하 소액결제는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연내 발표될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담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카드 소액결제 거절 허용이 이렇게 큰 파장이 있을 줄 몰랐다"며 "심지어 수혜자라고 생각했던 소상공인까지 반발하고 나서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금융위의 안일한 정책 추진에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한 인사는 "서울시장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공연히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분노만 자극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도 금융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달 4일 김 위원장이 간부회의에서 "다음 단계로 시장안정을 위해 관심을 기울일 부분은 새마을금고와 신협"이라고 언급하면서 새마을금고 예금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것. 이는 한 방송사가 "새마을금고는 예금보호가 안될 수 있다"고 오보한 것과 맞물려 6일 하루에만 1조2,000억원의 예금이 인출되는 소동으로 번졌다.
금융위는 "발언의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금융계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실수"라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새마을금고의 경우 저축은행처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규모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며 "불법대출, 부실대출이 적지는 않겠지만 금융위의 언급은 상당히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은행들에게 연일 외화유동성 확보를 주문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한 금융지주사 회장은 "물밑에서 진행해야 할 일을 공개적으로 떠벌리면서 대외평판이 나빠져 결국 해외자금 조달금리만 높아진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감독당국은 행동을 해야 할 때는 말을 할 필요가 없고, 말을 할 때는 구두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지금은 정반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