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위한 미국의 절차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공은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그 동안 한나라당은 조속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민주당 등 야권은 재재협상을 주장하며 대치해왔다. 하지만 야당의 요구인 '10+2' 재재협상안 중 문구 수정이 필요한 앞의 10개 항목에 대한 요구가 불가능해지면서 여야는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달 중 한미 FTA 비준안과 14개 이행 법안 처리를 목표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ㆍ유럽연합(EU) FTA를 체결할 때에도 이행 법안 처리에 1개월 이상 걸린 만큼 한미 FTA 체결에 앞서 이행 법안 준비에도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재재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10+2'안에 준하는 성의 있고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야의 합의 없는 한미FTA 비준안 단독 처리는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0+2'안과 관련, 국내법 보완이 필요한 ▦통상절차법 제정 ▦FTA 피해 산업에 대한 무역조정지원제도 강화 등 뒤의 2개 항목에 대해선 야당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문제는 10가지 재재협상 항목에 대한 보완책이다. 민주당은 특히 ▦농축산 분야 피해 대책 마련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피해 대책 마련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투자자 정부 제소(ISD) 조항의 중립성 확보 항목에 대한 보완책 마련 등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요구와 관련, 정부ㆍ여당은 미국에 관심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수준에서 야당과 타협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ㆍ여당의 구체적인 보완책 제시를 요구하는 한편 주요 쟁점에 대해선 양국 실무자 협의를 통해 '후속 논의를 할 수 있는 근거(record of discussion)'를 문서로 남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접점 찾기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한미FTA 비준안 처리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민주당은 한미 FTA에 부정적인 당내 강경파는 물론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과의 야권공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또 10∙26 재보선까지는 정부ㆍ여당의 타협안을 수용하기도 어렵다.
한편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환노위에서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사' 역할을 담당했던 정동영 최고위원과 유선호 김영록 의원 등을 한시적으로 외통위에 배치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2월 한미FTA 재협상을 주도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미국과 한통속" "한국인의 영혼이 없다"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익을 대표한 게 맞는지, 미국의 파견관인지, (미국식의) 옷만 입은 이완용인지 모르겠다. 역사가 단죄할 것이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가 김 본부장으로부터 "말씀이 지나치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외통위는 17일 법안심사소위 차원에서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끝장토론'을 열기로 합의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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