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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다르게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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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다르게 생각하기'

입력
2011.10.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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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떠났다. 한 사람의 진정한 크기는 죽어서 관속에 누웠을 때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세상에 어떠한 족적을 남겼는가에 대한 주변의 최종적 평가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뜻일 게다. 잡스가 죽은 후 전 세계가 애도의 열기에 휩싸였다. 애플의 로고를 신봉했던 사람들은 교주를 잃은 신도와 같이 큰 슬픔에 잠겨있기도 하고, 그의 천재성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더 많은 것을 남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잡스가 남기고 간 아이폰, 아이패드는 매킨토시의 추억과 함께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할 것이다. 더욱이 그가 우리들에게 보낸 유언 무언의 메시지들은 우리의 가슴 속에 진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역경을 헤쳐나간 생애, 고집스럽게 뜻을 관철시킨 의지력, 집중과 단순화, 혁신과 융합 등 현대 사회인들에게 던져준 정신적 자극은 늘 신선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메시지는 '다르게 생각하기'다.

발상의 전환이 더욱 필요한 시대

상식에 대한 저항과 타성으로부터의 이탈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으로부터의 고립은 물론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틀과 방법으로 우리 앞에 놓여 진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다면 '다른' 틀과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패러다임 전환의 수준으로부터 단순한 기술적 적용에 이르기까지, 학문의 분야는 물론 정치현실과 사회의 제 부문에서 '다르게 생각하기'가 우선적 대안이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산적한 이슈로 눈을 돌려보면 '다르게 생각하기'가 정말 시급하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즉시 속출하는 것이 아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용인하고 품어갈 수 있는 풍토가 선결조건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이 과연 다르게 생각하기를 격려하고 있는지 반성할 대목이다. 유아 시절부터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틀에 짜인 교육프로그램을 강요하면서, 가야 할 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조짐이 보이면 즉각 제재를 가해왔다. 벗어났던 길에서 스스로 제 자리를 찾아오길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과 여유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것 같다. 대학 진학을 최종 목표로 하는 한 초중고교의 교육에서 '다르게 생각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문제는 대학에서도 다르게 생각하기보다는 기존의 틀에 맞춰 생각하기를 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어쩐지 취업전선에서 뒤쳐졌다고 느낄 정도로 모두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올인하고 있다. 백범일지와 톨스토이는 토익과 토플 책으로 가려진지 오래고, 숨어하던 따뜻한 자원봉사는 차갑고 형식적인 인턴으로 대체되었다.

사회가 인재 받아들일 토양 갖춰야

대학교육이 다르게 생각하기를 독려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회가 다르게 생각하는 인재를 선뜻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기업의 '다르게 생각하기'가 절실하다. 스펙의 구성과 우선순위를 새롭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겪어봐서 알겠지만 영어발음이 좋아도 대화의 내용이 빈약하다면 장기적으로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록 서툴게 컴퓨터를 다룬다 해도 세상사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인재가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서 그 기업을 우뚝 서게 할 수 있다.

잡스를 이 땅에 다시 부활시켜보자. 명석한 두뇌와 끈기를 지닌 우리 젊은이들이 진정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보는 것이 어떨까. 무한한 잠재력으로 기성세대가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분명 이루어 낼 것이다. 제2, 제3의 스티브 잡스가 우리사회와 우리나라를 넘어 인류를 위한 큰 꿈을 이뤄 나갈 것을 확신한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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