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의 발걸음이 가볍지 못하다. 둘쭉날쭉한 경기력에 대표팀 선발을 둘러싸고 그라운드 밖에서 잡음이 일고 있기까지 하다.
최근'조광래호'를 바라보는 걱정스런 시선이 늘고 있다. 지난 8월 숙적 일본을 상대로 0-3 참패를 당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달 레바논과의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에서 6-0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쿠웨이트와의 2차전 원정 경기에서 진땀을 흘린 끝에 1-1로 비겼다. 폴란드와의 친선 경기에서도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2-2로 비겼고 한 수 아래로 여겨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3차전에서도 2-1로 신승했다. 조 감독 스스로가 UAE전 내용에 만족할 수 없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3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부진이다.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출범 초기의 실험 정신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조광래호'는 지난 1월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에서 우승에 실패했지만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조 감독의 실험이 대성공을 거둔 탓이다. 지동원(선덜랜드),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이용래(수원)를 붙박이로 기용한 조 감독의 용병술이 완벽히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아시안컵 스타'들은 최근 부진하다. 지동원은 지난달 쿠웨이트전에서 슈팅 한 번 날려보지 못했지만 UAE전에 또 다시 선발 출전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결정적인 추가 골 기회를 놓쳤다. 구자철은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3경기에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쿠웨이트, UAE전에서 공격 구심점 노릇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은 변함없이 대표팀에서 중용되고 있다. 이래서는 팀에 긴장이 유지될 수 없다. 폴란드, UAE전에서 보여준 서정진(22ㆍ전북)의 맹활약은 대표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 감독은 이청용(볼턴)의 부상 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러 실험을 했지만 정작 해법을 제시한 선수는 A대표팀에 처음 뽑힌 서정진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 과정에서 혹독한 비판에 시달렸던 '허정무호'를 구한 것은 당시 K리그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기성용(22ㆍ셀틱)과 이청용(23ㆍ볼턴)이었다. 기성용은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던 김두현(경찰청), 이청용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 설기현(울산)을 제치고 대표팀 붙박이를 꿰찼다.
'조광래호'의 주축은 1년 전만 해도 팬들에게 이름도 생소한 무명이었다. '대표팀 붙박이'라는 표현도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이 벌써부터 대표팀 내에서 긴장을 늦춰서는 곤란하다. 경쟁 구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정진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회를 바라는 능력 있는 K리거는 얼마든지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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