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열린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 데이에서 허재 전주 KCC 감독은 겸손으로 일관했다. 허 감독은"(대표팀 감독을 맡은 탓에)몇 개월간 팀을 떠나 있어 선수 구성이 어떻게 됐는지도 파악이 안됐다. 차근차근 경기를 치르면서 풀어나가겠다"며 "몇 년간 초반 성적이 안 좋았는데 올 시즌에도 변함 없이 '슬로 스타터'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허 감독의 말은 '엄살'에 지나지 않았다.
KCC는 1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12 KB 국민은행 프로농구 개막전 홈 경기에서 시종 압도적인 전력을 뽐내며 서울 SK를 92-66으로 대파했다. KCC는 2006년 이후 개막전 4연패 징크스에서 탈출하며 2연패를 향한 발걸음을 기분 좋게 내디뎠다. 반면 문경은 SK 감독 대행은 정규리그 데뷔전에서 대패를 당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SK는 모든 면에서'디펜딩 챔프'KCC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흐름은 급격히 KCC 쪽으로 쏠렸다. SK는 첫 번째 공격에서 한정원이 2점 슛에 성공한 후 6분 20초동안 추가점을 올리지 못하며 KCC의 맹공에 22점을 잇달아 허용했다.
KCC는 한번 잡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SK의 숨통을 바짝 조여 들어갔다. 전태풍, 추승균, 임재현 등 KCC의 베테랑들은 SK의 수비 허점을 철저하게 파고 들며 내ㆍ외곽을 자유자재로 공략했다. 반면 SK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야투를 남발했고 패스 미스 등 실책마저 연발하며 1쿼터에 28점을 내주는 동안 10점을 따내는데 그쳤다. 용병 알렉산더 존슨은 자유투를 거푸 놓치며 문 감독 대행의 한숨을 자아냈다.
2쿼터에도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KCC는 신인 김태홍마저 득점에 가세했고 하승진이 골 밑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SK는 인사이드에서 김민수, 존슨이 하승진의 벽에 막혔고 외곽의 김효범, 주희정마저 침묵하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야 했다. 전반을 21-47로 뒤진 SK는 3쿼터 들어 김선형을 앞세워 추격에 나섰지만 전반전에 크게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25분 57초간 코트에 나선 전태풍은 6개의 2점슛과 1개의 3점슛을 던져 모두 성공시키는 '백발백중'에 6개의 어시스트를 추가하며 대승을 지휘했고 하승진은 8점에 14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슈퍼 루키'로 기대를 모았던 SK 김선형은 데뷔전에서 12점에 그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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