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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잡지 '냄비받침' 만드는 문학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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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잡지 '냄비받침' 만드는 문학청년들

입력
2011.10.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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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냄비받침> 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만든 책은 결국 가난한 자취생들의 뜨거운 냄비를 받치는 데 쓰일 테니까.' ( <냄비받침> 서문 중에서)

<냄비받침> 은 이른바 '독립잡지'다. 소설 창작 모임 '소설아 놀자' 회원들(이승현, 이정화, 김경년, 전영조씨)이 주축이 돼 기획과 편집, 인쇄, 제본을 직접 맡아 4월에 처음 출간했다.

작년 이맘때 쯤 등단을 꿈꾸는 '문학청년'들의 연이은 '실패'가 이 독립잡지 탄생의 계기였다. 회원 모두가 각종 문학 공모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자신감이 바닥을 쳤을 때, "이럴 바에야 그냥 우리가 책을 만들자"는 이정화(36)씨의 제안이 시발점이었다. 모토는 '내적 자신감 회복 프로젝트'. 신인 작가 중 전업 작가로 살 수 있을 만큼 원고 청탁을 받는 이는 1년에 2명도 될까 말까 한 인색한 출판계의 현실도 한 몫 했다.

그래서였을까. <냄비받침> 은 마음 가는 대로 만들었다. 기성 출판사나 문단의 눈높이에서 자유로운 형식의 글들을 실었다. 기존 독립잡지와의 차별화를 위해 '시각적인 요소'보다 '읽을거리'를 가급적 많이 담았다. 당시 출판학교 디자인 과정을 다니던 김경년(27)씨가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맡았다. 처음엔 객원 멤버 1명을 포함해 1인당 10만원씩 걷어 50만원으로 100부를 찍었다. 1권당 5,000원으로 책정했으니 아무리 팔려도 남는 건 없게 만든 셈이다. '상품'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 나를 위한 잡지를 만들겠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예전에 출판사에서 일했을 때 느꼈던 건 책의 출판 유무를 '얼마나 잘 팔릴 지'로 결정한다는 거였어요. 그런 면에서 독립잡지는 출판 메커니즘에 대한 작은 반항이기도 하죠." 이정화씨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제도권 문학으로의 진입, 등단을 아예 배제하는 건 아니다. 전영조(26)씨는 "제도권 문학과 기존 출판 시스템도 장점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부정할 순 없다"며 "다만 그에 대한 불합리를 인식하고 다른 출구를 만들어 보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승현(34)씨는 2011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8월 소설 <안녕 마징가> 로 등단했다.

<냄비받침> 1호의 반응은 뜨거웠다. 5월 KT&G상상마당에서 열린 독립출판물 전시회 '어바웃 북스'에서 전시한 50부가 사흘 만에 모두 팔렸다. 한 독자는 "잡지 표지가 코팅돼 있어 냄비받침으로 못 쓰겠다"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이달 말 <냄비받침> 2호를 발간할 회원들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글쓰기'다. " <냄비받침> 은 지면에 인쇄될 수 있는 모든 텍스트와 내적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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