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배당, 고액성과급 등 돈 잔치를 벌이려는 금융권의 행태를 매섭게 질타했다. 그는 13, 14일 이틀에 걸쳐 "금융권은 과도한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버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15일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보이는 전세계적 금융자본 규탄시위에 대해 언급하며 "경기침체,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분노가 왜 금융을 최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당한 성과와 보수는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국민의 피땀으로 마련한 160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되살린 곳들"이라며 "유럽 발(發) 경제침체가 눈앞에 있는데 배당잔치를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 위기를 앞두고 흥청망청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억대 연봉이 무수히 많은 금융권의 비정상적 임금체계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고 도덕적 해이를 돌아봐야지, 스스로 모른다면 금융권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금융회사가 위기에 대비한 자구책을 마련할 것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과거를 돌이켜보고 어떤 행동양식을 택할지 스스로 대답해야 한다"며 "더 이상 국민에게 손 벌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에 대해선 "정부가 가격을 직접 규제할 생각은 없지만 카드사가 수수료 체계의 합리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관인 만큼 무조건 영리만 따지는 행태는 곤란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수수료를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가계대출 금리 인상을 한 은행들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고객이 제대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지 금리만 올리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건전한 가계대출) 구조를 만드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책임이니 못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어려워진다고 소외계층부터 외면한다면 은행을 왜 하나, 그런 금융회사는 필요 없다 ... 기업을 지키는 것이 정부로부터 면허를 받아 장사하는 금융회사의 사명인 만큼 본업을 똑바로 하라"고 언급하는 등 은행에 대한 질책이 특히 강도가 셌다.
김 위원장은 14일에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거래소(KRX) 주최로 열린 '2011 KRX 엑스포'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금융회사는 외환위기 당시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융위원장의 맹공에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높은 예대마진으로 손쉽게 돈을 벌어 고액 연봉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은 과장됐다며 관련 수치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이날 은행연합회는 국내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마진은 2009년 2.44%포인트를 기록한 뒤 꾸준히 떨어져 올 2분기 2.08%포인트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임금(5,575만원)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5개 대기업(7,648만원)의 72.9%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연합회가 제시한 평균 임금은 시중은행 연봉 1위인 씨티 등을 제외한 수치이고, 예대마진 역시 8월 2.91%포인트로 2008년 2.75%포인트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얄팍한 통계놀음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