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넉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 정상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시장에선 적어도 금리 인상 행보가 단시일 내 재개되긴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작년 7월을 시작으로 2,3개월 간격의 '베이비 스텝'을 밟아가며 5차례 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왔지만, 유럽 재정위기 직격탄을 맞으며 4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관건은 언제까지 금리 동결 행진이 이어질 것인지, 과연 금리 인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 여부다. 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특히 근원 물가(농산물, 유류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가 높아져 가는 한 금리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변할 수 없다"며 "국내외 금융상황과 실물경제를 보면서 정상화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견해는 다르다. 유럽 재정위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정상화 기조가 유효하다는 총재 발언은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며, 적어도 연내 금리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미 통화당국의 정책 초점은 물가에서 성장으로, 또 금융시장 안정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이후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시기의 문제일 뿐,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금리 인상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외 불확실성 탓에 어쩔 수 없이 인상을 유보하는 것"이라고 했고,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한은이나 정부가 아직 최악의 금리 인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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