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보상받고 싶은 심리최선의 방법은 역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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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가면 외톨이가 돼요. 아내와 아들은 TV를 보면서 깔깔대고 웃는데, 난 멍하니 혼자 있어요. 아내는 툭 하면 화를 내고, 날 못 믿겠다 합니다. 야근이나 저녁약속 때문에 늦는 날이 많아 불만이 쌓인 것 같은데, 사실 나름대로 열심히 회사생활 하느라 그런 거죠. 아내가 불평할 때마다 싸우기 싫어서 일단 그냥 피하고 있어요. 이젠 집에 일찍 가기도 꺼려지네요. 어릴 때부터 간섭 안 받고 자유롭게 자란 나와 달리 아내는 몸이 약한 엄마와 술을 달고 살던 아빠 사이에서 눈치 보며 동생들 뒤치다꺼리 하느라 힘들게 자라긴 했어요. 아내는 내가 가족보다 동료나 친구에게만 관심 있다 하는데, 말도 안 되죠.40대 직장인(경기 수원시 영통동)
어릴 때부터 가족을 위해 애쓰면서 자란 아내라면 결혼에 대한 기대가 누구보다 컸을 겁니다. 남편이 자신을 이끌어주고 위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을 거에요. 하지만 집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남편의 모습은 아내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겠죠. 그게 남편에 대한 분노와 불신으로 이어지고, 대신 그 기대가 아이에게로 향했어요. 아내는 어릴 때 자신이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에게만은 맘껏 주고 싶었을 겁니다.
피곤한 상태로 집에 들어왔는데 아내와 아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남편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외롭다는 느낌을 갖게 됐어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않고, 마음 속 깊은 생각을 서로 나눠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에요.
이럴 땐 자신과 상대방이 각각 뭘 두려워하는지, 뭘 원하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죠. 최선의 방법은 역시 대화입니다. 단 자신의 요구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어린 시절이나 부모와의 경험 등 옛날 이야기도 서로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줘야죠.
부모의 양육방식이나 가정환경은 자녀의 결혼생활에까지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에게서 상처를 받은 사람은 결혼 후에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배우자를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게 돼요. 물론 대화 몇 번으로 관계가 금방 회복되지 않을 수 있죠. 그렇다고 실패로 단정짓진 마세요. 좋아졌다 나빠졌다 오락가락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치료의 과정이니까요.
상담 박성덕 용인정신병원 부부·가족상담클리닉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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