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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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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입력
2011.10.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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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래지인 창원의 주남 저수지에 큰부리큰기러기가 선발대로 찾아온 이후 쇠기러기, 청둥오리, 쇠오리 등 겨울철새가 속속 날아들고 있다. 예년보다 빠른 겨울철새들의 도래로 올 겨울이 빨리 찾아올 것 같다. 춥고 긴 겨울 나그네가 철새들을 따라 먼먼 북쪽에서 한반도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을 것 같다.

과학의 발달로 일기예보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자연이 스스로 대처하는 본능보다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주남 저수지의 이른 철새 도래는 분명 사람에게 경고하는 겨울에 대한 메시지가 숨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요즘 같은 달밤에 철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윤석중 선생의 동요 '기러기'를 목청 높여 불렀다.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 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미국 민요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티븐 포스터의 노래에 가사만 입힌 동요였지만 그 울림이 강하게 남아있어 달 밝은 가을밤이면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노래다. 그땐 그 동요를 부르며 가을이 깊어지는 것을 알았는데 요즘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통해서 계절이 바뀌고 천체가 운행하는지를 이해하는지 궁금하다.

학생들에게 이 노래를 함께 부르자고 해보니 모두 꿀 먹은 벙어리다. 이젠 음악시간에 이 동요를 배우지 않는 모양이다.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 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결국 나 혼자서 이 노래를 불러보는 밤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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