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마련한 가을 옷들이 몇 번 입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옷장 속에 처박히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트렌치코트도, 라이더재킷도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날씨 탓에 도통 입을 일이 안 생긴다. 이러다 느닷없이 겨울 추위가 들이닥치면 이 아까운 옷들도 그대로 퇴출될 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간절기가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기후변화로 간절기 패션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가을 패션의 상징으로 꼽히던 트렌치코트 등 재킷류의 인기가 주춤한 대신 겨울에도 안에 받쳐 입을 수 있는 니트 겉옷이나 카디건류가 가을 패션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판매량의 변화가 이를 보여준다. 신원은 5년 전만 해도 가을의류 대 겨울의류 판매 비율이 7대3 정도였지만, 2008년 5대5로 바뀐 데 이어 올해 10월에는 3대7 정도로 겨울 옷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신원의 김윤정 이사베이 디자인 실장은 “가을이 짧아져 바로 겨울로 넘어가는 기후 변화가 나타나면서 조끼나 니트 카디건, 레깅스처럼 계절과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품목이 따뜻하면서 멋도 낼 수 있는 실용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가을 패션은 블라우스에 조끼, 셔츠에 카디건 식으로 서로 다른 품목을 겹쳐 입어 멋과 보온 효과를 모두 내는 레이어드룩이 대세”라고 말했다.
제일모직 커뮤니케이션팀의 양희준 과장도 “날씨가 불분명하다 보니 안에 받쳐 입을 수도 있고 겉옷으로 걸칠 수도 품목을 남녀 구분 없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짧은 간절기를 멋스러우면서도 알뜰하게 날 수 있는 아이템으로는 조끼와 니트 카디건, 목폴라형 민소매 또는 반소매 니트, 스카프 등이 꼽힌다. 조끼는 캐주얼이나 정장 어디에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 쓸모가 많다. 여성스러운 원피스나 블라우스 위에 조끼를 걸치고 매니시한 정장 바지나 쫙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으면 잘 어울린다. 날씨가 좀 더 쌀쌀해지면 모피 소재의 조끼를 입어 보온 효과는 물론 고급스러우면서도 여성스러운 멋을 낼 수 있다.
니트 카디건은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때 가장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 무릎선 길이의 플레어 스커트나 간결한 H라인의 짧은 스커트와 입으면 우아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반면, 매니시 팬츠에 매치하면 세련된 도회미를 살릴 수 있다. 이런 옷차림에 두꺼운 코트나 다운점퍼 등을 덧입으면 그대로 겨울패션으로 활용 가능하니 일석이조.
소품으로는 스카프나 머플러를 활용하면 포인트 역할로 그만이다. 긴 스카프를 목에 둘둘 감아 앞 뒤로 양끝을 늘어뜨리거나, 사각형 모양의 스카프를 삼각으로 접어 어깨에 살짝 둘러주면 우아한 여성미를 강조할 수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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