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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훈병원 셔틀버스 승강장 설치 놓고 서울시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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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훈병원 셔틀버스 승강장 설치 놓고 서울시와 갈등

입력
2011.10.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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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있지만 대부분 노인들이지. 대개 6ㆍ25전쟁 참전용사 같은 국가유공자들인데, 눈비 올 때를 생각해 봐. 아픈 노인들이 떨면서 수십 분을 보도에 서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기다린다니까."

10일 오후 서울 지하철5호선 천호역 6번 출구 앞. 줄을 길게 늘어선 중간에 지팡이를 들고 보도블럭 장애물 위에 앉아있던 고모(87)씨는 불편을 호소했다. 6ㆍ25전쟁 참전용사로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고옹은 뇌경색까지 겹쳐 한 달에 서너 차례 중앙보훈병원을 찾는데 가고 올 때마다 버스를 타느라 애를 먹고 있다.

서울시와 국가보훈처 산하 중앙보훈병원이 버스 정류장 설치를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983년 강동구 둔촌동에 자리잡은 중앙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 진료비는 전액 면제해주고 유공자 유가족의 진료비는 본인부담금의 60%를 할인해준다. 이 혜택 때문에 하루 평균 내원 환자가 4,300여명(입원환자 700여명)에 이른다. 병원이 천호역에서 2㎞, 잠실역에서 6㎞나 떨어져 있어 환자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마을버스는 배차간격이 길어 대부분 셔틀버스를 찾는다.

그런데 셔틀버스 정류장은 안내 간판조차 없어 이곳에 처음 온 승객들은 승차 위치를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승차장도 좁은 보도에 끼어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이용객들은 행인이나 자전거 등과 부딪치기 일쑤다. 배차시간도 10분 정도여서 천호역 6번 출구의 셔틀버스 승차지점에는 70~80명이 100m 가량 줄을 서는 것은 예사다. 이용객 대부분이 몸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인데도 버스를 기다리면서 앉아 있을 간이의자는 달랑 하나뿐이다.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중앙보훈병원 측은 이달 초 지하철 천호ㆍ잠실ㆍ둔촌역에 셔틀버스 정류장과 간이의자, 안내판 설치를 허가해 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환자 1,020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전달했다. 병원 측은 탄원서에서 "승인만 해주면 병원 자체 예산으로 설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셔틀버스 정류장과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서울시와 구청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병원 측은 2008년에도 강동구ㆍ송파구에 간이 정류장과 의자 등 설치 허가를 요청했지만 강동구는 "천호대로의 디자인 조성사업 및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 취지와 맞지 않다"며 공문을 반려했다. 송파구도 같은 해 8월 병원에 "서울시 지침서인 도로의 관리 제2장 제8절 제4호 나항에 의해 박스형 도로상 시설물 허가는 금지돼 있다"며 불허 방침을 밝혔다.

국가유공자 김운덕(63)씨는 "셔틀버스 정차 시 주행차로를 침범하게 돼 있어 뒤따라 오는 차량과의 사고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담당이 바뀌어 정확한 내용을 알 지 못하지만 탄원서가 접수된 만큼 해당 구와 타당성 검토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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