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가 들어서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서초구가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초구는 대통령 사저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조례를 어겨가며 특별교부금 수억원을 부당 사용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장충동의 남산테니스장을 주말에 전용 사용하고도 비용을 내지 않아 '황제 테니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서초구는 12일 구와 정부 소유 부지인 내곡동 1-16번지에서 생활체육시설 착공식을 가졌다. 8,730㎡ 규모로 지어지는 이 생활체육시설에는 테니스 코트 6면과 배드민턴 게이트볼 등을 할 수 있는 1,000㎡ 크기의 다목적 구장이 들어선다. 1,300㎡ 규모의 주말농장과 쉼터도 조성된다. 이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곳과는 1.5㎞, 이상득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땅과는 1.7㎞ 가량 떨어져 있다.
서초구는 이 생활체육시설 조성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대통령 사저 건립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편성된 서초구의 '2011년도 사업예산서'에는 총 13억원이 투입되는 내곡동 생활체육시설에 대한 항목이 없다.
서초구 관계자는 "구비 8억4,000만원은 올해 8월 추경을 통해 편성했으며, 4억6,000만원은 서울시의 특별교부금으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내곡동 생활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한 특별교부금을 서초구에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양재근린공원의 노후시설 정비 용도로 받은 시 특별교부금 15억원 중 4억6,000만원을 내곡동 생활체육시설 건립에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시 자치구 재정지원에 대한 조례에 따르면 특별교부금은 정해진 용도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서초구가 굳이 내곡동에 테니스장을 만드는 이유도 궁색하다. 서초구는 '테니스장을 중점적으로 짓는 이유는 내곡동 지역의 테니스 동호인 수가 1,400명에 달해 테니스 코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내곡동 인구는 6,238명인데, 서초구의 설명이 맞는다면 내곡동 주민 4, 5명 중 한 명꼴로 테니스 동호회 활동을 하는 셈이다.
서초구테니스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서초구 전체 테니스 동호인이 2,000명쯤 되는데 이 중 내곡동 주민은 100명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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