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 무관한 사람을 범인으로 예단, 조작된 사건 보고서를 만든 뒤 불법적으로 체포영장까지 발부 받아 구금한 경찰관이 적발됐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경찰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정리했다. 공권력 남용에 따른 피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너무 관대하게 처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오인서)는 허위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검사와 판사에게 제출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무고한 사람을 불법 구금을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체포 및 감금)로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전 경찰관 이모(4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9년 12월 지인을 통해 강도상해를 당했다는 정모씨 등을 만나 사건을 잘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후 이씨는 사건 현장에 가보지도 않은 채 정씨 등의 말을 토대로 사건현장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엔 "조모씨가 양주병으로 정씨의 얼굴을 내려쳤고, 150만원 상당을 강취, 사건 현장에는 양주병이 깨져있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실제는 이와 달랐다. 뒤늦게 사건이 조작된 단서를 포착한 담당 검사가 이씨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 사건은 애초 정씨의 무고로 시작된 것임이 드러났다.
더욱이 이씨는 조씨가 일정한 주거지에서 가족과 살고 있는데도 그를 구속시키기 위해 '주거부정'이라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들을 토대로 검사는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조씨는 하루 동안 불법 구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도 조사 과정에서 "보고서는 허위로 작성했지만, 당시 조씨가 강도상해범이라고 확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검찰은 어렵사리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고도 이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처리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점이 인정되지 않아 구속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에서도 드러나듯 공권력을 이용한 횡포는 그 피해 정도가 개인 범죄보다 크고 죄질 또한 나쁘다. 법원도 이런 점 때문에 (민간인불법사찰 사건에서) 피의자들의 직권남용죄에 실형을 선고한 것"이라며 검찰의 사건 처리에 의문을 나타냈다. 직권남용 체포감금죄는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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