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구찌가 요즘 울상입니다.
구찌는 지난 6월말 인천공항 신라면세점과 결별하고 롯데면세점에 새 둥지를 틀 예정이었죠. 신라면세점이 낮은 수수료를 감수하며 루이비통을 입점시키자 구찌는 비슷한 조건의 수수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신라면세점 철수와 롯데면세점 입점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천공항에는 구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구찌는 이미 롯데면세점에 들어갈 제품들의 발주와 입고까지 마친 상태이고, 매장 직원까지 채용했던 터라 월급도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측은 "매장을 수리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롯데면세점이 경쟁사인 신라면세점을 박차고 나온 구찌를 '굴러들어온 호박'인 줄 알고 받기로 했다가, 막상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면서까지 입점시킬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이유는 구찌가 점점 더 '흔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구찌는 현재 병행수입 형태로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에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비쌀 정도는 아니지요. 명품에 대한 선호는 일종의 '희소가치'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상대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니 구찌의 위상은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구찌의 매출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면세점 입점이 계속 지연되자 구찌의 영업팀 관계자들은 지난 11일 롯데측과 담판을 지을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웬걸.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 변수가 돌출했습니다. 공정위가 이날부터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국내외 명품브랜드에 대한 입점수수료 실태조사를 시작했는데, 구찌도 포함이 된 것이지요. 결국 구찌는 공정위 조사를 받느라 롯데측과 담판을 또다시 연기하게 됐습니다.
샤넬 루이비통에 비해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는데 공정위 상대하랴, 롯데 상대하랴, 과연 구찌가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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