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300만원을 호가하는 태그호이어 시계를 사달라고 해요."
인터넷 정보공유 커뮤니티 '클리앙'에 이런 글이 뜨자, 순식간에 수십개의 댓글이 붙는다.
"태크호이어는 루이까또즈급 아닌가요?"
"그거 사면 다음엔 롤렉스를 노리겠죠."
"태그호이어는 여자의 백(bag)에 대입해 보면 잡화브랜드 MCM급 정도 입니다."
이 사이트는 원래 IT정보 등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남성들의 접속이 많은 곳이다.
심지어 댓글을 단 한 남성은 해외 유명 시계브랜드의 등급을 나눈 블로그까지 소개했다. 이 블로그는 각 시계 브랜드를 1등급부터 5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 최상급인 1등급 시계브랜드의 가격은 최소 500만원에서 수억원대로 기술력, 역사적 의미 등을 따져서 분류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한 '명품' 쏠림이 이젠 여성을 넘어 남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여성들의 명품선호 1순위가 백이라면, 남성들은 유독 시계에 광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히 20~30대 직장남성들 중엔 해외 유명 시계브랜드를 줄줄이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과 가격, 가치까지 꼼꼼히 따져 보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시계를 사서 쓰다가 중고로 파는 신종 재테크까지 등장했다. 여성들에게 '샤테크(샤넬을 이용한 재테크)'가 있다면, 남성들에겐 '시테크(명품시계를 이용한 재테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샤넬백의 가격이 3년 동안 60%가량 오르는 동안, 남자들의 명품 시계 가격도 2~3년 사이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들의 명품 시계 열풍이 이어지자 유통가도 발 빠르게 매장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상반기까지 소공동 에비뉴엘(명품관) 2층 매장을 확대해 시계 매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가의 명품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과 'IWC' 등은 단독 매장으로, 스위스 명품시계 '제니스' 등 10여개 브랜드는 처음으로 들여온다. 이 브랜드들은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월 본점 명품관 지하 1층에 '바쉐론 콘스탄틴'과 'IWC', '파텍 필립', '브레게' 등을 들여와 멀티숍을 확장했다. 압구정 본점 1층에 시계매장을 둔 현대백화점도 지난 6월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등 젊은 소비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추가 입점했다. 현대백화점의 관계자는 "명품 시계를 찾는 고객의 상당수는 20대 남성들"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들이 유독 시계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명품은 내놓고 드러내는 것보다 살짝살짝 보일 때 더 주목 받는다"면서 "웃옷 속으로 팔목에서 명품시계가 살짝 눈에 띌 때 과시의 만족감을 더 느낀다는 게 고객 심리"라고 말했다.
남성 명품족이 늘어나면서, 신세계 현대 등 각 백화점 매장에선 시계뿐 아니라 양복 잡화 등을 망라한 '남성 전용 명품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장차 남자 소비층의 명품에 대한 관심이 여성들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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