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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재판 판사-변호사가 페이스북 친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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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재판 판사-변호사가 페이스북 친구라면…

입력
2011.10.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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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페이스북 친구인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했다면 판사는 재판을 회피해야 할까. 또 소송 상대방은 판사와 변호사가 페이스북 친구라는 이유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법원 내에서 법관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SNS로 맺은 친구 관계가 과연 재판 회피와 기피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민ㆍ형사소송법에는 '법관에게 공정ㆍ공평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판사 스스로 재판을 회피하거나 재판 당사자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태형 수원지법 판사는 지난달 사법발전재단이 발행한 에 '법관의 회피-소셜 미디어 사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해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김 판사는 논문에서 "이미 미국 등에서는 부적절한 소셜 미디어 이용과 관련된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 주에서는 현직인 어니스트 버키 우즈 판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피고인과 접촉해 재판 전략 등을 조언했다는 이유로 사퇴했다. 이에 따라 몇몇 주에서는 판사의 소셜 미디어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윤리규정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전무하다. 오히려 '아직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른 집단에 비해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SNS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이유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이용자 자체가 적은 데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글을 쓰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셜미디어에서의 친구 관계와 재판은 무관하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김태형 판사가 논문을 통해 공개한 수원지법 판사 107명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판사가 페이스북 등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변호사를 친구나 팔로워로 허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6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판사는 6명에 불과했다.

SNS상 친구가 자신이 진행하는 사건의 당사자나 대리인이 될 경우 회피를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57명이 하지 않겠다는 답했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일반인이 모두 볼 수 있는 소셜미디어 성격상, 법관들이 자기 검열을 통해 조심할 수밖에 없는데다, SNS 내 관계를 오프라인 관계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판사와 온라인 친구인 소송 당사자의 반대측이 이 문제를 들어 재판부 기피를 신청할 경우,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온라인으로 축적된 정서적 친밀감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기피 신청을 할 때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윤리강령이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견해가 점차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설문에 응한 수원지법 판사 중 절반이 넘는 60여명도 법관윤리강령 등 통일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답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온라인에서 맺은 친구에 정서적 친밀감을 더 느끼는 시대가 금방 올 텐데, 그에 대비해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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