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 이탈리아 총리가 일년도 안돼 다시 한번 정치적 기로에 섰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1일 이탈리아 의회가 예산지출 승인안을 부결시키자 신임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지난해 성추문과 부정부패 등으로 실시된 의회 신임투표를 간신히 통과한 이후 불과 1년만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위기에다 온갖 스캔들 등 그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가 많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정권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 대안이 없어 그가 정치적 생명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신임투표에 실패할 경우 이탈리아 정국은 조기총선 등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다. 로이터 통신은 신임투표가 14일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야당의 상하원 의원들은 이날 예산안 통과가 무산되자 총리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피에르 베르사니 당수는 "재정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정부가 앞으로도 예산을 잘 처리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총리는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정 파트너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총리와 돈독했던 줄리오 트레몬티 경제장관과 움베르토 보시 북부연맹 지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구실로 표결에 불참, 부결에 일조했다. 주세페 피아누 전 내무장관은 예산안이 부결되자 "정권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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