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용노조(御用勞組).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는커녕 사용자(회사) 입장만 지지하는 노조를 말한다. 무늬만 노조일 뿐, 자주성도 없다. 복수노조를 허용하지 않던 시절, 회사가 노조 설립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했다. 삼성이나 포스코 노조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회사의 회유와 압박으로 어용이 된 노조도 있다. 어떤 노조도 스스로 어용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최근 노조가 과거와 달리 정치ㆍ이념 투쟁에서 벗어나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노사공생의 실리추구에 집착하면서 그 경계도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 복수노조 허용에는 기업의 이런 어용노조를 막아보자는 취지도 있었다. 노동계가 한 목소리로 반대만 하지 않은 이유였다. 지난 7월 정부가 복수노조를 허용하자 석 달 만에 무려 498개의 노조가 새로 생겼다. 무노조 기업에 새로 생긴 89개 노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복수노조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용노조라는 것이 양대 노총의 주장이다. 무려 111개의 새 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가지는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한 것은 회사가 온갖 회유와 차별로 신규 노조를 도와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런 기업이 있으니 억지는 아니다.
■ 양대 노총이 복수노조에 이렇게 비판의 날을 세우는 이유는 또 있다. 신규 노조의 72.6%(362개)가 양대 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곳에서 생겼다. 그리고 전체 신규노조의 85.5%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않은 독립을 선언했다. 더구나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신규노조의 절반(65개)이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에서 분화한 노조 역시 21%나 그렇다. 양대 노총으로서는 세력 약화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복수노조가 15년 아성의 양대 노총 독점체제를 더욱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 노동운동도 변했고 노조도 달라졌다. 근로자의 권익을 중시하고 야합이 아닌 건전한 노사 동반자의식의 실용적,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양대 노총도 알고 있다. 그러니 정치투쟁, 권위주의, 기득권 집착을 버리고 스스로 민주적이고 투명한 자세와 마음으로 노동자들에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어용노조를 만들어 노노갈등이나 조장하고, 건전한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일부 악덕 기업들의 얄팍한 술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성과 각오, 변신이 급하다. 습관처럼'남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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