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기독교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적을 기리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 하지만 진보 기독교 단체 등은 정교분리 원칙에도 어긋나고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기총 공동회장인 홍재철 목사는 12일 “이승만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와 대치했던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국가를 세운 공이 크다”며 “장기 집권 등 일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초대 대통령으로서 업적이 뚜렷한데도 기념관이 하나 없어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기총은 이 전 대통령이 일요일을 공휴일로 정하는 등 그리스도 정신에 입각해 국가를 운영했던 점 등을 감안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홍 목사가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홍 목사는 “28일 열리는 한기총 소속 69개 교단과 20개 단체의 대표 모임인 임원회의와 실행위원회에서 공식 승인을 받아 기념관 건립을 위한 100만명 서명 운동에 본격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명이 완료되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기념관 건립 성금도 모금하고, 기념관 건립에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청원서도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고 하지만,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의 원칙을 파기한 인물”이라며 “취임 시에도 하나님께 맹세하고, 군종제도에서 기독교를 우대하는 등 다른 종교의 자유를 위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기독교 우대정책은 종교 갈등을 초래할 수 있어 이 전 대통령을 종교계에서 다시 기념하자는 것은 사회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위원회 박승렬 부의장은 “이 전 대통령은 독재 정치로 인해 4ㆍ19 혁명으로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며 “교회가 이런 분의 기념관을 세우겠다는 것은 국민의 심판을 다시 엎는 조치이고 교회 이름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김동한 대표도 “기독교단체가 독재정치를 한 대통령의 기념관 설립에 앞장 선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기총은 지난해 11월 한기총 나라사랑운동본부 산하에 ‘이승만 건국대통령 동상 건립 소위원회’를 출범시켜 기독교계와 국민을 대상으로 동상 건립을 위한 서명 운동과 모금 운동을 폈다. 또 부산시는 지난 6월 6ㆍ25전쟁 당시 2년 6개월 가량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등으로 사용됐던 임시수도 기념관(사빈당) 옆 옛 부산고검장 관사를 헐어 임시정부 전시교육장으로 조성해 이를 다시 ‘이승만 기념관’으로 변경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