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 6월 국무총리실 주재로 법무부(검찰)와 행정안전부(경찰)가 합의에 이른 지 3개월여 만이다. 검찰이 총리실에 제출한 대통령령 초안에서 합의 이전의 주장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찰도 역시 합의 이전의 주장을 그대로 담은 초안을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총리실 중재로 어렵사리 이뤄진 합의가 무용지물로 변한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예견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검-경, 법무부-행안부 사이에 아무런 논의나 소통이 없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총리실이 중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 치도 변함없이 평행선을 달려왔다는 얘기다. 핵심 쟁점인 '수사(搜査)와 내사(內査)'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양쪽의 반발을 무마하느라 형사소송법 개정을 짜깁기 형태로 마무리했을 때부터 이런 갈등은 예견돼온 일이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인정하면서 검찰지휘에 관한 규정을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바꾸었다. 수사지휘의 범위와 내용은 검-경이 서로 합의해서 결정하고 그 내용을 기존의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규정키로 봉합해 놓은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따라 6월의 합의가 이뤄졌으나 수사ㆍ내사의 범위와 내용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검찰은 검찰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안고 헤어졌다. 제2의 짜깁기, 제2의 봉합이었기 때문이었다.
논란의 핵심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한다는 국회의 법개정 정신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내사단계-입건(立件)-수사진행'의 과정 전반을 수사지휘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검찰과 입건 이후의 절차가 그 대상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여전히 양보 없이 대립하고 있으며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결국 법무부가 제출한 초안과 행안부가 내놓을 초안 사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꼴이 되었지만 이번엔 더 이상 논란의 여지를 없애도록 마무리해야 한다. 그 책임은 결국 총리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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