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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FTA 경고음 울릴 전문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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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FTA 경고음 울릴 전문가가 없다

입력
2011.10.1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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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무역을 전공했지만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대책은 잘 모릅니다." "저는 농업분야 전문가여서 제조업 피해상황이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한국일보가 10~12일 연재한 '한미 FTA 이렇게 보완하자' 기획을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전문가 10명에게 설문을 받기 위해 30명 이상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던 것. 대개 전문가 10명을 설문대상으로 정할 경우 답변을 얻지 못하는 경우 2, 3명을 포함 15명 정도와 접촉하면 충분한데, 이번엔 '잘 몰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정상적으로 답변에 응한 경우의 2배나 된 것이다.

취재 과정을 시시콜콜 들추는 이유는 향후 FTA가 걱정돼서다. 1990년대 중반 우루과이라운드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과 무역협상을 벌인 지 20년이 다 돼가는데도, 한미FTA에 대해 산업 전 분야에 나타날 효과를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처럼 정부의 FTA 홍보의 허실을 따져보고 대책의 문제점을 정확히 평가할 민간 전문가가 부족하니, FTA 협상이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결과 FTA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해주는 피해보전직불제도의 지원을 받은 농가가 7년간 한 곳도 없었고, 무역조정지원제도 혜택을 본 업체가 단 7곳에 그치는 등 정부의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문가 부족 때문에 조만간 제정될 통상절차법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 법은 정부가 FTA 입안부터 국회와 논의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라는 게 취지인데 민간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회가 정부와 대등한 논리싸움을 벌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3, 4년 전 국회에는 한미 FTA 평가와 대책 마련을 위한 검증기구가 난립했다. 하지만 전문가 부족 때문에 대부분의 위원회들은 곧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수평비교는 무리겠지만 무역위원회와 700여명이 참여하는 30여개 자문위에서 꼼꼼한 검증을 한 후 비준 동의를 이끌어 내는 미국 의회와 천지 차이다.

한ㆍ유럽연합(EU) FTA가 7월 발효된 이후 대(對)EU 교역규모는 지난해 동기(7~10월)와 비교해 오히려 33억달러가 줄어들었고 특히 10여년만에 1억7,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뼈아픈 경험을 겪고 있다. "FTA체결로 향후 15년간 대EU 무역수지 흑자가 연평균 3억6,100억 달러 늘어난다"고 홍보하던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의 괴리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없다.

내수 시장이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시장 개방이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때문에 향후 중국 일본과도 FTA를 체결해야 한다면 본격 협상에 앞서 한미 한EU FTA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 그 핵심은 전문가 양성이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설사 정부에서 키운 전문인력이 정부를 비판할 우려가 있더라도 말이다. 몸에 이로운 약은 입에 쓴 법이다.

허정헌 경제부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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