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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계 북방계 문화, 고대 유물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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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계 북방계 문화, 고대 유물에 남아있다

입력
2011.10.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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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자손 한겨레는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자들의 믿음과 달리, 고고학과 과학은 한국인이 문화적 유전적 혼합체임을 보여준다. 선사 이래로 남방과 북방 양쪽으로부터 문화적 영향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유전자들이 한국인의 몸에 들어왔다.

한국인의 기원과 문화의 형성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경기 연천의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수십 만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아득한 시간을 유물과 인골 화석, 영상 자료 등으로 따라 간다. 단군과 고조선, 유전자로 본 한국인의 기원, 구석기인은 한국인의 조상인가, 한국문화 속의 세계 등 4개 주제로 전시를 구성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 가덕도, 김해 예안리, 사천의 늑도 패총에서 나온 신석기 인골의 화석을 볼 수 있다. 가덕도 인골이 끼고 있는 투박조개 팔찌는 일본 규슈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예안리 편두(납작머리) 인골과 늑도 패총의 발치 인골도 남방계 문화의 자취다. 어린 아이의 머리를 돌로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편두 풍속은 고대 이집트와 마야 문명에도 보인다. 생니를 뽑는 발치 풍속은 일본에 흔했고 대만에는 최근까지 남아 있었다.

제주 고산리 유적의 덧띠무늬 토기는 한반도에서 나온 토기 중 가장 오래됐다. 1만~1만2,000년 전 신석기 유물로, 한반도 신석기 문화를 대표하는 북방계 빗살무늬토기와는 계통이 다르고 시기도 앞선 것이다.

한국 문화의 형성 과정에 스며든 북방 대륙문화의 요소는 시베리아 계통의 청동기, 신라 금관의 출(出)자형 입식과 사슴 뿔 모양 장식 등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페르시아인들의 서커스 장면이 등장하는 고구려 고분 벽화 등 삼국시대의 국제 교류 범위가 오늘날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광대역이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도 많이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규모가 작고 실제 유물보다 설명 자료가 많다. 하지만 까마득한 옛날 한반도 사람들을 상상하는 즐거움은 쏠쏠하다. 토기 바닥에 익살맞은 표정의 얼굴을 새겨 그리고,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돌에 여체를 조각(울산 신암리 비너스)한 신석기인이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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