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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방한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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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방한 간담회

입력
2011.10.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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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반(反)자본주의 시위는 시장의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정부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제시하기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로 지난해 세계 각국에 '정의' 열풍을 불렀던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2일 "시장의 좋은 점은 누리되 시장이 비시장적 영역에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포럼 참석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한한 샌델 교수는 이날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내년 4월 한국과 미국서 동시 출간하는 신작 (원제 'What Money can't buy: The Moral Limits of Markets'ㆍ미래엔 발행)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시장의 역할이 과거 시장과 무관했던 삶의 무대로까지 확대됐다는 것이 이 시대의 가장 큰 정치적 도전"이라며 "돈과 시장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들과 언제 갈등하고 충돌하는지 새 책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샌델 교수와 일문일답.

-월가의 반자본주의 시위가 한국으로도 확산될 분위기다.

"이번 시위는 경제 위기 자체에 대한, 동시에 오바마 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호황 때 엄청난 돈을 벌었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는 구제금융이라는 방식으로, 결국 금융기관 손실을 납세자들이 메워주었다. 미 정부는 구제금융에 조건을 달지 않았다. 문제는 수익은 민영화하지만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점, 그리고 갈수록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중은 시위를 통해 금융산업을 정부가 더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산업의 무모한 행동으로 납세자들이 또 경제적 타격을 보지 않도록 막자는 것이다."

-월가 시위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반대인가, 단순히 불평등에 대한 불만 표출인가.

"정의와 공평함에 대한 생각의 표출이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제대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다. 부의 분배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독일, 프랑스가 그리스를 구제하는 일은 공정한가.

"그리스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리스 통화를 평가절하해야 하지만 유로화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쓰기 어렵다. 유로화는 유럽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산물이다. 경제ㆍ정치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공정성을 논하기는 어렵다."

-새 책(영어판) 제목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인가.

"새 책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시장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보건, 건강, 환경, 시민정신 등의 문제를 다룰 때 언제 시장가치의 지배를 받아야 하고, 언제 비시장적 가치를 보호해야 하는지 등을 따져 본다. 시장은 부와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가치 있는 도구다. 그러나 시장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된다. 시장의 좋은 점은 누리되 시장이 비시장적 영역에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새 책에서 '글로벌 도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는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존의 도덕개념은 국가라는 틀에 한정돼 있다. 환경, 경제협력 등 국가를 뛰어넘어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아졌기 때문에 새로운 공공의 윤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국가 윤리를 보완하자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무상급식 논쟁도 일종의 정의에 관한 문제다. 이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외부인으로서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그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그 토론을 내가 진행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공개토론이 열린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 토론 끝에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있다. 다른 복지 정책도 철학적으로 논쟁했으면 좋겠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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