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를 알 수 있는 명문(銘文)이 있는 백제시대 가죽갑옷이 국내 처음으로 충남 공주의 공산성(사적 제12호) 성안 마을 유적에서 출토됐다.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이 곳을 조사 중인 공주대 박물관(관장 이남석)은 유적 내 연못 바닥에서 '정관(貞觀) 19년 4월 21일'이라는 붉은 글씨의 명문이 있는 옻칠 가죽 찰갑(비늘 모양 갑옷) 1개를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정관'은 당 태종의 연호로, 정관 19년은 백제 멸망(660년) 15년 전, 의자왕 재위 5년째인 서기 645년이다. 이 갑옷에는 '王武監' '大口典' '○○緖' '李○銀○'도 쓰여 있으나 그 의미는 아직 알 수 없다.
한국의 고대 가죽 갑옷은 그동안 북한 지역인 낙랑 고분에서 명문 없이 나온 것이 유일했다. 반면 가죽갑옷이 발전한 철제갑옷은 여럿 출토됐다. 이번 공산성 가죽 찰갑은 형태를 복원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도 양호하다.
조사단장인 이남석 관장은 "명문이 있는 삼국시대 가죽갑옷은 처음 나온 것인데다, 고대 칠기공예의 중심이 백제라고 봐도 좋을 만큼 옻칠이 우수해 중국을 능가한다"며 "백제의 칠기공예와 고대 갑옷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죽과 옻칠이 고급스럽고 연못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 왕이나 최고위급의 의전용 갑옷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면서 "백제 멸망기의 정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제는 마지막 의자왕이 공산성 전투에서 져서 포로가 되면서 멸망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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