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돼 5년간 억류돼 있던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25)가 다음달 석방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은 이집트의 중재 하에 다음달 중 포로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샬리트 병장 석방의 대가로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사람 1,027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영 TV 연설에서 "힘든 협상 끝에 합의했다"며 "샬리트는 수일 안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6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접경지대에서 근무하다 하마스 대원에게 납치된 샬리트 당시 상병은 1994년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납치된 첫 이스라엘 병사로 기록됐다. 그 후 5년 간 이어진 협상이 번번이 불발되면서 샬리트는 양측 힘 겨루기의 상징이 됐다. 이집트와 국제사면위원회 등이 중재에 나섰지만 팔레스타인 재소자 1,000명을 풀어달라는 하마스의 요구를 이스라엘이 매번 거부해 협상은 무산됐다. 국제 사회는 샬리트를 할리우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라이언에 비유하면서 그의 신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의 반대 세력으로 인해 협상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3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이스라엘 각료회의가 26 대 3으로 협상안을 통과시키면서 협상이 타결됐다.
팔레스타인 재소자 1,027명 중 450명은 수일 안에, 나머지는 두 달 안에 풀려나는데 석방 재소자 가운데는 종신형을 받은 315명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내정보부(신 벳)는 마르완 바구티와 아메드 사다트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지도자급 인물은 석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마드 수장 칼레드 마샤알은 TV에 출연해 "위대한 성취이자 팔레스타인의 승리"라며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모든 팔레스타인인이 석방되는 날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영국 BBC 방송은 석방 소식을 들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하늘에 총을 쏘고 차의 경적을 울리는 등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최근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가입 신청과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정착촌 확장으로 악화일로로 치닫는 듯 했던 양국 관계는 샬리트의 석방을 계기로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요구를 갑자기 수용한 이유가 최근 냉각된 이집트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몇 달간 아랍권 내 터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터키를 견제할 유일한 세력인 이집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스라엘이 협상에 응했다는 것이다. 제럴드 스타인버그 정치학 교수는 이번 협상으로 인해 팔레스타인군에 가족을 잃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항의가 이어져 네타냐후 총리의 협상안 이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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