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담은 대통령령 초안이 마련됨에 따라 6월 말 정부 합의안 도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수사권 조정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아직은 초안에 불과해 추후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긴 하지만, 내사를 수사의 일부분으로 보는 검찰 입장이 강하게 반영돼 있어 경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역시 수사 착수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경찰은 "수사 대상이 모르게 진행하는 내사는 피의자 입건 후 진행되는 '수사'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내사 단계에서는 독자적인 조사를 벌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수사 절차를 '첩보 수집→탐문 활동→내사→피의자 입건→수사 진행'으로 단순화한다면, 피의자 입건부터 수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전 단계는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대통령령 초안을 통해 이 같은 경찰 입장을 일축했다. 내사를 수사에 포함시킴으로써 정부 합의안에 포함된 '경찰 수사 개시권'이 확대 해석ㆍ적용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차단한 것이다. 검찰은 "내사는 법적 용어가 아닌 편의상 개념에 불과하다"라며 "내사를 수사와 법적으로 구분하려는 경찰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계좌추적이나 참고인 소환 등 수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입건 이전'이라는 이유로 내사 사건으로 분류하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실제로 외부의 감시나 견제를 피하기 쉬운 내사 사건을 둘러싸고 잡음이 발생했던 적도 적지 않아 검찰 주장에는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재벌가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을 둘러싼 경찰의 은폐 의혹,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 등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경찰이 내사하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찰의 반발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피의자 입건 시점을 지금의 내사 착수 시점으로 앞당길 경우 "너무 많은 전과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형사입건은 사건번호를 부여해 공식 수사절차를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형사입건됐다고 해서 반드시 기소되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입건이 되면 피조사자로선 사회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무분별한 입건을 막기 위해 입건 이전에 수사개시 단계를 두어 경찰이 기초 조사를 통해 입건 필요성을 사전 검토하도록 하는 등 예외 규정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무원 입건 때 검찰에 사전 보고하도록 한 규정을 두고 경찰의 비판이 거세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권력 견제가 개정 법안의 기본 취지인데, 검찰도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경찰이 사건을 공식화하기 전에 사전 검열이 가능해진다"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는 총리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경찰은 앞으로 총리실을 매개로 의견을 몇 차례 교환한 뒤, 다음달 쯤 협상테이블에 앉아 본격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제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돼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검ㆍ경 스스로 원만하게 협의를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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