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유업체인 서울우유가 이르면 16일부터 우유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서울우유는 우유가격을 평균 10% 올린다는 방침이지만, 정부는 "10%는 안 된다"며 제동을 강하게 걸고 있어 인상폭을 둘러싸고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현재 소매점에서 2,200원을 받는 1ℓ 흰우유 가격을 2,450원을 올리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은 지난 8월16일 낙농농가가 우유업체에 납품하는 원유(原乳)가격이 ℓ당 138원 인상됐기 때문. 당초 우유업계는 원유가격 인상과 함께 우유제품 가격도 올리려고 했으나 소비자 물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정부가 연말까지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두 달 가까이 자제해왔다. 그러나 그 사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결국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총대'를 메게 된 것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하루에만 3억원 가까이 적자가 나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소매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올해 말까지 업계의 적자규모가 1,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서민물가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인상폭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원유가격 인상으로 인해 우유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우유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이해한다"며 "하지만 10% 가까이 가격을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우유측은 인상폭을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당초 방침보다 다소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우유의 가격 인상 방침에 업계 2, 3위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등 다른 우유업체들도 조만간 우유가격 인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정부 눈치를 봐야 해 같은 고민에 빠졌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측은 "서울우유 가격이 시장에서 인상된 것을 확인하면 (우리도) 비슷한 폭으로 가게 될 것"이라면서도 "정부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우유가격이 어떤 식으로든 오르게 되면 우유를 주원료로 쓰는 커피와 빵, 분유,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일단 관련업계는 우유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서울우유와 연간 단위로 장기계약을 하고 있어 당장 가격인상에 따른 커피값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킨라빈스(아이스크림) 파리바게뜨(빵) 등을 보유한 국내 최대 베이커리기업 SPC그룹 이준무 부장도 "우유를 통해 만들어지는 모든 제품에 대해 가격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즉각적 인상이 없다는 얘기일 뿐, 결국 우유가격 인상은 원가상승요인으로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말이든 내년이든 시간문제일 뿐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못 올려도 수익 악화요인을 그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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