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의 표정과 말투 하나하나가 판세를 바꿔놓을 수 있는 TV토론은 선거의 주요 승부처이다. 특히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는 유권자와의 직접 접촉에 한계가 있는 만큼 TV 토론의 중요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10, 11일 이틀 동안 진행된 세 차례의 TV토론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준비된 정당 후보 대 아마추어 시민단체 후보',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기성 정치권 대 참신한 시민 후보' 구도를 유도하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에 전력하는 모습이었다.
여당의 나 후보는 '공격수', 야권의 박 후보는 '수비수'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했다. 추격자 입장인 나 후보는 TV토론 1라운드부터 박 후보를 겨냥해 "남의 힘으로 지지율을 올린 부채 시장을 뽑을 것이냐"며 포문을 열었다. 박 후보를 겨냥해"정책 아마추어리즘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한편 국가관에 대해선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믿느냐"고 물으면서 선제적 공세를 취했다.
반면 박 후보는 적극 방어에 나서는 한편 우회적 반격으로 대응했다. 나 후보가 " 박 후보가 2000년 '악법은 법이 아니다'를 출간했다"며 공세를 취하자 박 후보는 "책을 40권 넘게 썼는데 옛 책만 보셨군요"라고 맞받아쳤다. 나 후보를 칭찬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구에도 "입법 활동 열심히 하셨죠? 어떤 법안을 만들었는지 난 잘 모르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나 후보 측의 잇단 병역 의혹 제기에 대해 박 후보는 "농사만 지은 부친이 병역법을 어떻게 알겠느냐"며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했다.
나 후보는 '통계'와 '현장'을 자주 인용하며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 불식에도 공을 들였다. 박 후보가 자신의 재건축 규제완화 공약을 비판하자 "1985~1992년 대량으로 지어진 노원, 도봉 등 강북권의 30년 이상 된 아파트에 가 보셨느냐"며 응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박 후보는 재야 출신의 과격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듯 "저는 안보관이 굉장히 투철한 사람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안정감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옷차림에서도 메시지를 담으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나 후보는 여성 후보에 대한 일각의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듯 짙은 색 정장과 바지를 착용해 '안정적 일꾼' 이미지를 주려고 했다. 박 후보는 나 후보에 대해선 "예쁘고 아나운서처럼 말을 잘한다"고 평하면서도 자신은 "말을 어눌하게 한다"며 '이웃집 아저씨'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다. 또 평소의 캐주얼 복장과 달리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해서 안정감을 강조했다.
나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는 핵심 쟁점은 에둘러 피해가고 병역 의혹엔 감성에만 호소하는 등 불안정한 후보임을 보였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반면 박 후보 측은 "나 후보가 새로운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 구태를 보이는 등 정치에 대한 반감과 회의만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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