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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갈림길… 증권사들 덩치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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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갈림길… 증권사들 덩치 양극화

입력
2011.10.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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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몸집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일반 증권사와 차별화한 대형 투자은행(IB)의 몸집 기준이 자기자본금 3조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2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보유해 조건에 근접한 대우, 삼성, 우리투자, 현대, 한국투자 등 상위 5개 증권사는 이미 자본확충 계획을 발표했거나 검토 중이다. 반면, 유상증자가 힘든 중소형 증권사들은 사실상 IB 진출을 포기한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10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증자가 완료되면 자기자본이 3조2,000억원대로 늘어난다. 삼성증권 측은 "확충된 자금은 프라임 브로커리지(헤지펀드 전담 중개업) 등 신규 사업과 투자은행 전 부분에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화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대우증권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1조원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이어 우리투자증권도 6,000억원의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하면서 업계 빅3가 모두 IB시장에 뛰어들었다. 5위권 내 현대와 한국투자증권 역시 "유상증자 시기와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형 증권사들이 증자대금의 수익창출 효과를 단기간에 거두기 힘들 것이란 시장의 우려에도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IB 육성을 위해 내놓은 파격적 혜택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기업 인수ㆍ합병(M&A) 대출과 ▦비상장주식 직거래 ▦헤지펀드의 핵심인 프라임브로커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IB의 프라임브로커 독점권이 가장 매력적이다. 헤지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은 뒤 고위험ㆍ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대표적 사모펀드로 연내 토종 헤지펀드 1호가 탄생할 전망이다. IB는 헤지펀드에 주식을 빌려주거나 자산을 보관ㆍ관리해주는 등 관련 서비스 업무를 독점 할 수 있게 된다.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가 수익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편중돼 있던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를 다양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주식 매매 수수료가 주요 수입원인 현 증권사 수익 구조에서는 증시 변동에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며 "증권사들이 IB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려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경영 안정성 제고"라고 말했다.

자본만 확충하면 사업 규제의 빗장이 풀리는 상황이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되레 시름이 깊어졌다. 3조원의 기준을 맞추는 것이 어려운데다, 설사 무리하게 덩치를 키운다 해도 자본 대비 수익성이 얼마나 날지 확신할 수 없는 탓이다.

자기자본이 2조원 문턱에 있는 미래에셋과 대신증권은 "지금으로선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준영 미래에셋증권 PBS 이사는 "무리한 증자를 하기 보다는 IB 업무를 제외한 일반 공모ㆍ사모펀드의 서비스 영역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일례로 해외 헤지펀드 운용사들과 독점계약을 맺고 개발한 사모재간접펀드를 10월 중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와 하나대투증권은 "지주회사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현재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어서 증자를 검토할 여력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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