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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사실상 원점 수사… 패터슨 범행 입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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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사실상 원점 수사… 패터슨 범행 입증될까

입력
2011.10.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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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한 명은 살인범이 확실하지만, 그 중 한 명은 살인범이 아니라고 확정된 상태.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을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기미제인'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 사건'을 두고 검사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난 5월 유력한 용의자인 아더 패터슨이 미국에서 검거돼 한국 송환 여부를 두고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했던 검찰은 "강제 송환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앞으로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4월로 이 살인사건의 시효(15년)가 완성되지만, 검찰은 패터슨이 의도적으로 해외로 도망간 것이기 때문에 시효가 중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패터슨이 소환된 후, 어떻게 범죄를 입증할 지다. 검찰은 당초 이 사건이 발생했던 1997년 4월 사건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인물인 에드워드 리(32)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선 논란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담당했던 박재오 검사(현 변호사)의 판단을 존중했다. 사건 직후 서로를 살인자라고 지목하는 상황에서 미육군범죄수사대(CID)는 패터슨을 살인용의자로 보고 검찰에 넘겼지만, 박 검사는 부검의 소견 등을 근거로 CID의 의견을 뒤집었던 것이다. 당시 부검의는 '피해자 조중필(당시 23세)의 키가 176cm, 칼에 찔린 목의 상처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 있고 방어흔이 없어 조씨보다 덩치가 큰 사람이 찔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패터슨은 172cm에 63kg, 반면 리는 180cm에 105kg다. 여기에 '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짓말 탐지기 결과를 근거로 리를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건 상황에 대한 진술을 근거로 리는 '범인'이 아니라 '목격자'로 추정된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었고 흉기소지 혐의로만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패터슨은 98년 8ㆍ15특사로 풀려난 뒤 미국으로 달아났다.

12년이 흐른 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건 리와 패터슨, 그리고 주변인의 당시 진술, 부검의 의견과 사진 등 모두 과거 자료뿐이다. 사실상 원점에서 수사를 해야 하는 검찰 입장이지만, 과거 증거자료 중 패터슨을 살인범으로 지목하는 것도 적지 않다. 조씨 살인 방식이 미국의 한 갱단과 흡사하고, 패터슨 스스로 갱단 출신이라고 밝혔다는 주위 진술, 피 묻은 바지를 친구와 바꿔 입고, 범행도구를 하수구에 버렸다는 범죄 은폐 정황 등은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당시 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법원도 이런 점을 토대로 패터슨을 범인으로 추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증거가 유죄를 확정 지을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되기는 어렵다. 한 검사는 "리가 범인이 아니라고, 패터슨이 범인이 되지는 않는다"며 "강제송환 후 패터슨에게 불리한 주변 진술을 토대로 추궁하는 동시에 향상된 과학수사 기법을 토대로 새로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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