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1일 퇴임 후 지낼 사저를 짓기 위해 아들 시형씨 이름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을 이 대통령 본인 명의로 즉각 바꾸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시형씨로부터 땅을 매입하고, 이에 부과되는 취ㆍ등록세도 낼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 전 가족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이 같이 지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명의로 사저 부지를 살 경우 보안 문제와 땅값 상승 우려 등이 있어 일단 시형씨 명의를 썼다가 건축 인허가 때 이 대통령이 매수하려 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땅 구입 사실이 공개된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시형씨 명의로 11억 2,000만원 상당의 땅을 매입한 것을 놓고 편법 증여와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청와대가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중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200평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땅 매입 비용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신축에 대해 여야 정치권의 문제 제기는 계속 됐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시형씨는 사저용 부지를 공시지가(12억 8,697만원)보다 1억6,697만원 싼 11억2,000만원에 매입한 반면 대통령실은 경호시설 부지를 공시지가(10억 9,385만원)의 4배인 42억8,000만원에 샀다"며 "이는 이 대통령이 내야 할 부지 구입비를 대통령실이 일부 부담하게 한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시형씨가 구입한 땅의 실제 공시지가는 8억 7,800만원인데, 민주당은 건물 분까지 포함해 잘못 산정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사저 부지의 소유주를 대통령 명의로 바꾸려는 청와대의 조치는 적절한 것"이라면서도 "이 대통령 사저 경호시설(2,143㎡ㆍ648평)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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