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흥행을 논할 때 빠짐 없이 등장하는 것이 '프로 시대'와 '농구대잔치 시대'의 비교다. 1990년대 초ㆍ중반 대학과 실업 팀의 연합리그로 치러진 농구대잔치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오빠 부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전국을 농구 열기 속으로 몰아 넣었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농구 대잔치'시절의 인기 회복에 도전한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 축소로 '토종'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넓어졌고 대형 신인과 젊은 사령탑이 가세, 코트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97년 출범 후 줄곧 2명으로 유지되던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올 시즌 들어 1명으로 줄었다.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토종'들의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10일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10개 구단 사령탑은 '똑똑한 토종'을 보유한 팀이 우승에 근접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용병 한도 축소의 최대 수혜자는 올 시즌 코트에 데뷔하는 신인들이다. 선배들에 비해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 마침 '에이스급'루키들이 대거 프로 무대에 선다. '농구 대잔치 세대' 이후 명맥이 끊긴 '토종 슈퍼 스타' 탄생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오세근(24ㆍ안양 인삼공사)은 중앙대 시절부터 만능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쳤다. 중앙대 재학 중이었던 지난해 상명대와의 경기에서 한국 농구 사상 처음으로 쿼드러플 더블(14점ㆍ18리바운드ㆍ13어시스트ㆍ10블록슛) 달성의 기염을 토했다. 외국인 선수에 밀리지 않을 탄탄한 체격(200cm 105kg)에 외곽 슛도 정확하다.
최진수(22)가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고양 오리온스의 구세주가 될지도 눈길을 끈다. 2006년 6월 최연소 대표팀 선발(17세) 기록을 세웠던 그는 미국 메릴랜드대로 유학, 2009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1부리그 경기에 출전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202cm의 장신에 뛰어난 외곽 플레이가 장점으로 꼽히지만 시범 경기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초보 사령탑'도 코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구대잔치' 시대의 슈퍼스타였던 문경은(40) 감독 대행은 SK 지휘봉을 잡고 지도자로 데뷔한다. 중앙대 사령탑 시절 전방위 압박과 빠른 공격으로 대학 무대를 평정했던 김상준 서울 삼성 감독이 프로 무대에서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지도 관심거리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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