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주변 모든 것이 영감이 될 수 있으니 귀를 기울이세요. 본인의 일에 신뢰를 가지고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하세요. 절대로 돈이나 환경과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프랑스의 유명 영화감독 겸 제작자인 뤽 베송(52)이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주최로 11일 오후 열린 ‘마스터 클래스’ 행사에서 팬들과 자신의 영화관, 신작 등에 이야기를 나눴다.
베송은 ‘니키타’와 ‘레옹’, ‘제5원소’ 등 주로 SF나 액션영화를 만들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최신작 ‘더 레이디’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치의 삶을 그린 일종의 전기영화다. 가택연금 때문에 영국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남편을 만날 수 없었던 수치 여사의 사연, 군부의 협박과 회유에도 꺾이지 않는 그녀의 굳은 의지 등이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중국어권 유명 배우 량쯔충이 수치를 연기했다. 베송은 “난 항상 변화를 시도해 왔고, 어떤 주제를 접하면 그것에 맞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미얀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지만 촬영은 미얀마 인접 태국에서 비밀리에 10주간 진행됐다. 베송은 “사진 자료 등을 바탕으로 아웅산의 집을 실제처럼 짓고 피아노 등 실내 장식도 똑같이 했다”고 밝혔다. 영화 촬영 전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을 이용, 등장인물들이 미얀마에 있는 듯한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미얀마인 200명과 태국인들을 동원해 촬영했다. 영화를 다 찍은 뒤 아웅산 수치를 겨우 만날 수 있었는데 마치 마하트마 간디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베송은 자신이 제작한 영화 ‘택시’(98) 등에서 한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에 대해 “한국인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진 않다”고 해명했다. ‘택시’에선 택시 트렁크에서 잠을 자고 운전을 교대로 하는 재불 한국인들이 등장해 개봉 당시 국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베송은 “어떤 한 나라에 대해 일방적으로 나쁜 인상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매주 한국식당을 찾을 만큼 한국을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97년 ‘제5원소’가 내 의사하고는 무관하게 20분 분량이 잘린 채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정말 화가 났다. 상상도 못했던, 영화에 대한 모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가장 좋은 영화 공부는 자신이 직접 찍어보는 것”이라고 영화학도들에게 조언했다. “한국은 정말 훌륭한 나라이다. 할리우드만 꿈꾸지 말고 한국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적임자로서 영화를 찍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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