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미 FTA 이렇게 보완하자/ (하) 향후 과제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미 FTA 이렇게 보완하자/ (하) 향후 과제는

입력
2011.10.11 12:05
0 0

■ "전문인력 키워 연구 철저히 하고, 기업보다 근로자 먼저 챙겨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우리가 피해가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지금부터라도 FTA가 초래할 변화와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간 체결한 FTA와 앞으로 중국, 일본 등과 맺을 FTA를 위해서라도 이번에 확실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협상전략, 인프라부터 다시 세워야

전문가들은 정부의 'FTA 실적주의'부터 경계했다. 시장 선점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명분으로 시간에 쫓기듯 추진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실익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FTA가 꼭 필요한지 철저한 검증이 부족해 협정대상만 늘어났을 뿐 내용이 부실하다"며 "체결 후에도 실질적 효과가 미미한 아세안(ASEAN)이나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스위스ㆍ노르웨이ㆍ아이슬란드ㆍ리히텐슈타인)과의 FTA가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FTA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정부가 FTA를 국가전략 차원으로 추진한다면서도 정작 FTA 연구기관이나 관련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신범철 경기대 교수는 "교역량이 많은 중국, 일본과의 FTA는 직ㆍ간접적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 효과나 피해분석이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협상과정에서 국회와 협의 없이 정부(통상교섭본부 등) 단독으로 끌고 가는 방식도 개선과제로 꼽혔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통상절차법을 조속히 제정해 미국처럼 FTA의 계획ㆍ입안 과정부터 국회와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정책 투명성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차원 높은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이 비준에 속도를 낸다고 굳이 우리도 덩달아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협정문을 다시 손대기 어려운 것처럼, 미국이 비준을 하면 우리도 바로 따라가야 하는 것처럼 정부는 행동하는데 최악의 경우 협정을 깰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용의주도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어느 한쪽이 협정 종료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180일 후 종료된다고 명시돼 있다.

피해 산업 및 지원대상 보완해야

산업별 보완책의 경우 우선 농업 분야에서 FTA 피해를 직접 보상해주는 피해보전직불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품목별로 기준을 설정해 지급하지 말고 농가소득이 줄어든 만큼 지원하자는 것이다. 최세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협력본부장은 "칠레와의 FTA가 발효한 2004년 피해보전직불제도가 처음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44개국과 7건의 FTA가 발효해) 매우 복잡해졌다"며 "FTA로 인한 피해 규명도 기후변화, 수급문제 등과 복합적으로 연계돼 명확한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통합 관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서비스업 분야에 대해선 보다 면밀한 실태 파악과 함께 피해지원 대상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FTA 피해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업체들은 수출액이 줄어들면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는 등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면서 "제도 보완과 함께 이런 부작용을 파악하기 위해 중소 업체들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 기업 위주로 짜여 있는 무역조정지원제도는 FTA로 직장을 잃고 생활고에 직면하는 근로자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이 제도의 모델이 된 미국은 1986년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폐지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30억원까지 저리로 빌려줘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기업에 대해서는 업종 전환, 체질 개선 등 컨설팅 서비스만 제공하고 직접 피해대상인 근로자에게 실업급여, 의료지원 확대 등 직ㆍ간접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 이창우 한국FTA연구원장 "평가는 최소 10년후에…협정 약점은 끝없이 보완해야"

이창우(56ㆍ사진) 한국FTA연구원장은 한미 FTA를 비롯해 우리의 FTA 전략이 성공하려면 ▦국민들의 인식 개선 ▦정부의 노력 ▦제도의 지속적인 활용과 보완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미 세계 각국의 절반 이상이 FTA를 맺고 있는 현실에서,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FTA는 싫든 좋든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개별 집단마다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정부가 철저한 준비와 함께 국익을 명분으로 국민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과의 FTA가 지연되는 사이, 대만이 중국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는 데서 알 수 있듯 FTA는 우리가 안 하면 경쟁국이 먼저 그 시장을 선점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FTA 성공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진정한 효과를 얻으려면 어떻게 FTA를 활용할 지가 중요하며, 시장 개척의 최일선에 서 있는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여건을 적극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잠재 피해계층인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FTA시대에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보다 적극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FTA 관련 전문인력을 서둘러 양성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조언이다.

정부가 FTA 효과를 애초부터 장밋빛으로 포장해 실제 성과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FTA의 기본적인 시장개방 기간이 10년이나 되고 최종 목적 역시 미래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어서 너무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성과를 평가하더라도 최소 10년 뒤에나 할 수 있는 얘기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FTA는 한 번 맺으면 끝이 아니라 계속 약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이미 갖춰진 FTA 이행점검 회의라는 틀을 최대한 활용해 추후에도 상대국에 우리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통과돼도 산넘어 산… 관련법 14개 처리해야

한미 FTA 발효를 위한 절차에는 양국 간 큰 차이가 있다. 불문법 체계인 미국은 현재 의회가 심의 중인 FTA 이행법안이 통과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면 바로 시행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행법안에 모든 관련 규정이 집약돼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더라도 FTA의 영향을 받는 각 분야 관련법을 모두 고쳐야 비로소 발효 준비를 마치게 된다. 한미 양국은 각자 FTA를 이행할 준비가 완료됐다는 서한을 교환한 지 60일이 지난 날이나 별도로 정한 날짜에 협정을 발효시키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원하는 내년 1월 1일 발효를 위해서는 연내 관련법 개정을 모두 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25개의 관련법 가운데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FTA관세특례법 제정안 등 12개 법안과 개정을 준비중인 2개 법안 등 14개가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이달 중 비준안이 통과되더라도 부수법안 가운데 아직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된 게 많아 다음달까지도 모두 준비를 마치기 빠듯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처럼 야당의 FTA 반대입장이 강경할 경우, 설사 비준안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다 해도 이후 관련법 통과 과정에서 상임위마다 치열한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FTA 피해대책이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줄다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통상절차법'같은 별도의 보완입법 필요성이 제기된다면 FTA 발효까지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