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은 본회의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출석시켜 국정 전반 또는 국정 특정 분야에 관해 묻고 답변을 듣는 제도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의 국정 수행을 점검ㆍ감시하는 기능이자 입법 등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간의 대정부질문이 이런 본질적 기능보다는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지는 경우가 많아 무용론과 폐지론이 제기된 지 이미 오래다.
어제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는 국정에 관한 질문보다는 서울시장 보선 대리전에 치중함으로써 대정부 질문 무용론에 근거를 하나 더 추가했다. 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주도했던 아름다운재단의 대기업 모금과 병역 문제 의혹 제기에 주력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라며 박 후보를 엄호하기에 급급해 국정에 관한 질문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대정부 질문은 숫제 박 후보의 국가관과 대기업 모금 방식을 문제 삼는 내용으로 일관했다.'삥 뜯는 것''저잣거리 양아치 방식'등 의정단상에서 쓰기에 적절치 않은 거친 표현도 많았다. 서울시장 보선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는 전초전의 성격을 띤 탓이겠지만 국회 대정부 질문까지 선거전에 이용하는 것은 지나치다. 후보 간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당 차원의 검증도 진행되고 있다. 국회 대정부 질문은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게 진행돼야 옳다. 굳이 하겠다면 네거티브 공격보다는 정책 측면을 파고든다면 그나마 이해할 구석이 있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이 지적한 내용 중엔 자신들에게 물어야 할 사안들도 적지 않았다. 시민단체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ㆍ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본인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다는 비난 등은 누워서 침을 뱉는 격이다.'안철수ㆍ박원순 현상'으로 표현된 정당정치 위기의 책임은 바로 여야 정치권 자신들에게 있는 것이다. 산적한 국정 현안을 제쳐두고 서울시장 보선 대리전을 벌인 국회 대정부 질문을 보면서 일반 국민들이 무엇을 느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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