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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산 위에도 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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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산 위에도 바다가 있다

입력
2011.10.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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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로 간다는 너희들에게 나는 산 위에도 바다가 있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네. 그 이야기를 나는 30대에 들었네. 경주남산에 빠져 있을 때였어. 나에게 산을 가르쳐 분 중에 김성훈 선생님이 계셔.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나의 모토였던 선생님이셔.

그분은 나에게 높은 산에서 보는 바다의 넓이를 가르쳐주었지. 한 번 경주남산 야간산행을 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폭설이 쏟아졌어. 그분에게 전화를 드렸어. 눈이 너무 많은데 오르기 힘들다고 하니 무조건 정상에 서라고 말씀하셨어. 우리 일행은 위험을 무릅쓰고 경주남산 고위산 산정에 섰어. 거기서 아, 눈의 바다를 보았어.

서라벌을 덮고 있는 백설의 바다를. 그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나는 본 적이 없었어. 산을 아래에서 바라다보는 사람은 산의 높이만 알지. 산을 오르는 사람은 산의 깊이까지 알게 돼. 바다를 바다 곁에서 보는 사람도 자신의 눈이 허락하는 바다를 볼 뿐이지만 산정에서 보는 바다는 그보다 열 배 이상 넓은 바다를 가슴 속에 담아오지.

젊은 벗들이여. 인생과 삶이 너희들을 가르칠 거야. 언젠가 두타-청옥에서 동해를 본다면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거야. 잔소리 많은 나를 빼고 가는 가을여행이라기에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내가 하는 이 말은 꼭 주머니에 넣어가길 바라. 넓은 바다는 바다가 아닌 산에 있다는 것을.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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