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57ㆍ사진)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이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전 이사장은 11일 부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퇴 2주년에 즈음하여'라는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역사를 20년 이상 거꾸로 돌린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을 즉각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에 얽힌 막후 비사도 폭로했다. "2009년 1월 19일 윤진식씨가 경제수석으로, 정권 실세인 박영준씨가 국무조정실 국무차장으로 임명된 뒤 당초보다 일주일이나 연기된 그 해 1월 29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이 최종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이 결정을 주도하기 위해 회의 일정까지 미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이사장은 윤 전 경제수석에게서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전 이사장은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은 당시 윤진식 경제수석의 총지휘 하에 박영준 국무차장이 행동대장을 맡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조연 역할을 맡아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100% 민간자본으로 구성된 거래소와 증권선물시장을 정부통제 아래 두기 위한 반(反)시장주의적이자, 낙하산 인사 대신 주총을 통해 선임된 이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제라도 관치금융으로 묶인 거래소를 정상화시키고 자본시장을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정착시키기 위해 거래소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임기 3년의 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됐으나, 정권 실세로 분류됐던 이팔성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탈락하면서 현 정권과 갈등을 빚어왔다. 실제 이 전 이사장 취임 직후 거래소 방만경영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라 터져 나왔고, 이어 압수수색까지 동원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이어졌지만 뚜렷한 비리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급기야 그 해 10월엔 감사원 감사까지 이어졌고, 이 전 이사장은 그때마다 정권의 사퇴 요구를 뿌리치며 꿋꿋이 맞섰다.
그러나 2009년 거래소가 정부의 예산통제를 받고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되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 해 10월 14일 임기를 1년5개월이나 남겨둔 채 거래소를 떠났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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