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가의 탐욕이 심판대에 올라 있다.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던 그들의 과욕이 금융위기를 낳았고, 그에 아랑곳 않고 막대한 보너스 잔치까지 벌여온 파렴치한 행태가 들불처럼 일어난 미국 국민들의 저항에 맞닥뜨린 것이다.
한국 금융도 이런 분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록 1% 남짓한 소수가 이익을 독식하는 월가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려울 땐 국민 혈세(공적자금)로 연명하고 좋을 때는 서민 상대 돈놀이로 배를 불리는 금융권 탐욕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기사 2면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해 2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순익이 예상되면서 풍성한 성과급 잔치를 준비 중이다. A은행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좋아 대부분 은행 임직원들이 월급여의 100%가 넘는 특별상여금을 챙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주 배당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올 상반기 1조738억원의 배당이 이뤄졌고, 연간으론 작년 배당액(3조7,999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에게 여러 차례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문제는 은행의 천문학적 수익이 서민들 대상의 손 쉬운 돈벌이인 예대마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은행의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008년 2.75%에서 2009년 2.15%까지 낮아졌지만 2010년 이후 다시 높아지기 시작해 올 들어 3%에 육박 중이다. 금융연구원은 "은행산업의 독과점화를 방지해 예대마진이 시장 원리에 따라 적정하게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임직원도 막대한 성과급을 챙길 전망이다. 2분기(7~9월) 실적은 부진했지만 1분기(4~6월) 약 8,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데다 3분기 이후 주식 거래량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이 좋았던 1분기의 경우 10억원 가량의 성과급을 받은 직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탐욕스런 행보를 보는 외부 시각이 고울 리 없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금융회사도 어느 정도 수익성을 확보해야 자금중개 기능을 할 수 있겠지만, 서민들의 분노를 충분히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기업 에듀머니 제윤경 이사는 "예대마진을 통한 손 쉬운 장사로 임직원들이 최고 연봉을 받고 성과급을 챙기는 행태가 이어진다면 월가처럼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이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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