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만삭 임산부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뒤 출산해 화제다.
임신 39주차였던 앰버 밀러(27)는 9일(현지시간) 시카고 마라톤에서 6시간25분50초의 기록을 세운 7시간 뒤인 오후 10시29분 센트럴 듀페이지 병원에서 3.54kg의 건강한 여자 아이를 순산했다.
밀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임신은 내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나는 항상 달리기에 미쳐 있다”며 “결승점을 통과하고 몇 분이 지난 뒤 진통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밀러는 마라톤 경력만 12년인 베테랑으로 지금까지 풀코스를 8번이나 뛰었다. 그는 “레이스 전까지 아이가 태어나지 않으면 의사의 조언대로 코스의 반만 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절반만 달리고 나머지 절반 거리는 걸어서 완주했다.
밀러의 역주를 지켜본 시카고 시민들은 “임산부 파이팅”이라 외치며 힘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밀러는 “뛰고 걸으면서 시민들의 각기 다른 반응을 보는 게 즐거웠다”고 웃었다.
밀러가 임신 중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5월 임신 17주차로 위스콘신 마라톤에 출전해 4시간23분7초를 기록했다. 2009년에는 임신 18주차에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마라톤에도 출전했다. 밀러의 평소 기록은 3시간 25분대다.
임산부의 역주는 과거에도 있었다. 마라톤 세계 기록 보유자인 폴라 레드클리프는 임신 중 하루에 14마일(약 22km)을 달렸다. 그는 출산 후 곧바로 훈련을 재개했고 10개월 만에 2007년 뉴욕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미국 마라토너인 카라 가우처도 임신 중 한 주에 80마일(약 130km)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밀러처럼 임신 39주차인 만삭의 몸으로 마라톤을 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의사들의 소견이다.
“발에 생긴 물집만이 거슬렸다”고 말한 밀러는 “건강하게 태어난 딸을 보니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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