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보린을 5알 이상 삼키면 먹은 걸 전부 토하고 설사를 하게 돼 살이 2kg은 빠진다고 하더라구요."
10일 낮 서울의 한 여고 앞에서 만난 여학생은 이른바 '게보린 다이어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병원엔 최근 여중생 김모(15)양이 게보린 7알을 먹고 의식이 흐려져 병원에 실려왔다. 창백한 김양의 얼굴에서는 연신 식은땀이 흘렀다. "다이어트를 위해 게보린을 또 먹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게보린 10알을 먹었더니 물도 못 마실 정도로 토하고 속이 안 좋아서 끼니를 거를 수밖에 없었다' '팔 다리가 덜덜 춤을 추듯 떨리고 메스꺼워 3번이나 토했다' 등의 다이어트 부작용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학생은 "한때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이 조퇴를 하거나 학교에 가지 않기 위해 게보린을 여러 알 먹는 일이 유행처럼 번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삼진제약의 게보린은 국내의 대표적 해열진통제지만 하루 최대 복용량은 6알(하루 세 번 2알씩)이다. 약사 손모(64)씨는 "개인차가 있지만 게보린은 두 알만 먹어도 구토를 동반한 어지럼증이 생길 수도 있다"며 "위장기능이 안 좋은 사람한테는 권하지 않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김선미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게보린의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이소프로필안티피린, 무수카페인인데 이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거나 장기 남용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살 빼려고 약을 먹으면 탈수증세만 유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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