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구조됐던 칠레 광부 33인의 1년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13일(현지시간)은 칠레 광부들이 생환한지 1년이 되는 날. 산호세 구리광산 700m지하 갱도에 69일간 갇혔다 구조돼 전세계에 희망을 안긴 이들의 이후 삶은 어땠을까.
미국 뉴스채널 MBNBC 등 외신들은 11일(현지시간)"광부들의 현재 생활이 기대만큼 아름답지 못하다"고 보도했다. 국내 한 대형마트가 최근 구조 1주년 기념칠레산 와인을 출시하는 등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이들의 기적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정작 생존 광부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33명 중 14명은 매몰 후유증으로 광산에 돌아가지 못한 채 조기 은퇴를 했거나 고민하고 있다. 조기 은퇴한 이들도 과일노점상을 하거나 보석상점 운영, 강연회 초빙 강사 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으며, 광산 복귀를 결정한 나머지 광부들은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당수가 실업상태다.
사무엘 아발로스(43)씨의 경우 이따금 구출 당시 관련 상황에 대한 강연을 하고 직접 만든 공예품을 팔러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발로스를 비롯한 다른 광부들은 생환 직후 할리우드와 영화 계약을 체결했으며, 서적 출판, TV 미니시리즈 계약 등을 했으나 아직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1명은 사고가 난 광산에서 안전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석달 전 정부를 상대로 1인당 54만달러(5억7,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매몰 당시 받았던 스트레스는 광부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 당뇨병 때문에 오염된 지하저장탱크 물 대신 자신의 소변을 받아 마셨다는 호세 오헤다(48)씨는 구조 후 얼마 뒤 다시 일하기 위해 광산에 내려갔지만 과거가 떠올라 실신직전에 이르는 등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는 결국 광산을 떠났다.
칠레 현지 정신과 의사 로드리고 길리브랜드는 "생환 광부 상당수가 악몽을 꾸고 큰 소리를 두려워하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7, 8명을 제외하곤 평생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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