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 사건' 용의자 미국서 검거

검찰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인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미국에서 검거됐다. 잘못된 기소로 살인범을 눈 앞에서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던 검찰이 사건 발생 14년 만에 진범을 한국 법정에 세워 피해자의 원한을 달래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아더 패터슨(32)이 미국에서 체포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초 미국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해놓은 상태라 미국 법원은 조만간 패터슨에 대한 한국 송환 여부를 결정할 재판을 열 예정이다.

1997년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모(당시 23세)씨가 흉기로 난자 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는 패터슨과 한국계 미국인인 에드워드 리(32)가 있었다. 검찰은 용의자들이 서로를 살인범으로 지목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당사자 진술과 당시 상황을 토대로 리를 살인 혐의로, 패터슨은 증거인멸 및 흉기보관 혐의로 기소했다.

살인사건의 진실을 가릴 법원에서도 상급심과 하급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원심은 리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패터슨이 진범일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했고, 재상고를 거쳐 1999년 9월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그 사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가 사면된 패터슨은 출국금지 조치가 연장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망갔고, 결국 이 사건은 10년 넘게 검찰 캐비닛 속에 들어있는 장기미제가 됐다.

하지만, 영화'이태원 살인사건'의 개봉으로 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재수사를 시작했고, 법무부는 지난해 1월 패터슨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

결국 이 사건의 실체는 미국측이 얼마나 조속히 패터슨에 대한 한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유력 용의자가 해외로 출국한 이번 사건의 특성상 시효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살인사건의 공소 시효는 15년. 즉, 내년 4월에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청구를 해둔 상태고, 미국측에서도 송환 결정을 지연할 이유도 없다"며 "또 의도적으로 해외로 도피했다는 점만 입증되면 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번에는 반드시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