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10일 두 차례 토론회를 갖고 기선을 잡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거나 맞받아치는 등 신경전을 펼쳤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첫 대결을 벌인 뒤 밤에는 SBS초청 TV토론회에서 2라운드 대결을 펼쳤다. 두 후보는 관훈클럽 토론회가 시작되기 직전 웃는 얼굴로 악수하고 토론장 입장 순서를 양보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토론이 시작되자 서로 얼굴이 굳어질 정도로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나 후보에게는 주로 사립학교법에 대한 입장과 재산 증식 의혹, 무상급식 정책 등에 대한 검증이 이어졌고, 박 후보에게는 병역 특혜 의혹과 안보관, 시민단체 활동 당시의 대기업 후원금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나경원 후보 검증
우선 나경원 후보에 대해서는 2006년 17대 국회의원 시절 사학법 개정에 반대한 것이 사학재단을 소유한 부친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나 후보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소신으로는 (사학법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며 "객관성에 의심을 받을까 봐 의원총회에서 발언도 하지 않고 자제했으며 국회 교과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사학법과 사회복지법이 한나라당 반대로 개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17대 국회에서 정신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할 경우 피해자 대리인을 선임하는 규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을 소개했다.
재산 증식과 관련해서 나 후보는 2004년 국회의원 당선 당시 18억원이었던 재산이 7년 만인 2011년 4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에 대해 "건물을 하나 매각하면서 시세 차액이 발생했고 신고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에 늘어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재산을 취득한 게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탤런트 정치인'이란 세간의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직도 여성 정치인에 대한 폄훼나 편견이 많다"며 "저는 재선 국회의원으로 최고위원 선거에 두 번 출마해 자력으로 3위에 입성했으며 양대 계파에 기대서 이긴 것도 아니고 자력으로 승부한 것이 저의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 효과에 너무 기대를 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하나가 된 한나라당 모습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후보 검증
박원순 후보는 한나라당이 제기한 양손(養孫) 입적에 따른 병역 기피 의혹에 대해 "40여년 전의 일로 당시에는 아무 것도 몰랐다"며 "일제시대에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가 생사도 모르는 작은할아버지의 제사를 대신 지내도록 입적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1988년 '양손 입적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는 지적에는 "오히려 그 이전엔 양손 입적이 관행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당시엔 대가 끊기는 집안에 양자로 가는 것은 흔했고 불법이나 편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와 박 후보의 친형이 동시에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한 '호적 쪼개기' 아니냐는 지적에는 "부모님이 한나라당에서 생각하는 대로 똑똑한 분들이 아니었다. 초등학교도 안 나온 분들이 언제 병역법이 개정됐는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나 후보가 박 후보의 안보관에 대해 질문을 쏟아내자 박 후보는 "저는 정부의 발표대로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를 신뢰하지 않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정부가 왜 신뢰를 잃었는지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나 후보는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니 다행"이라면서도 "박 후보의 캠프에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한 참여연대 출신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는 "참여연대를 떠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런 주장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아직도 옛일을 가지고 질문하는 것은 시대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불편함을 내비쳤다.
서울시 정책을 둘러싼 공방
나 후보는 박 후보의 서울시 부채 7조원 감축 계획과 관련, 실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박 후보는 "재산임대 수익을 알뜰하게 운영하고, 전시성 토건 사업을 줄이고, SH공사를 개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 후보가 "양화대교 보수 작업이 70~80% 진행됐는데, 이를 흉물스럽게 놔둔다고 밝힌 것은 정치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하자 박 후보는 "아치를 하나 더 세우기 위해 100억원을 투자할지에 대해선 시민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이어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을 포함한 박謀?전 대표의 맞춤형 복지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대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혜택을 주는 맞춤형 복지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강남북 균형발전 방안으로 나 후보가 내세운 비강남권 재건축 허용연한 축소에 대해 "투기를 조장해 뉴타운 정책처럼 될 것"이라며 "강북 주민을 위한 선거용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뉴타운처럼 구역을 지정해 개발하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를 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박 후보가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과연 시정 철학까지 공유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야권 단일화를 꼬집었다. 박 후보는 "야권의 정당세력과 함께 하는 것은 무상급식과 주택난 해소 등 함께 합의할 수 있는 정책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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