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월 16일자 '오산시 고교 우수반 논란'을 읽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우등생을 위한 오산시의 계획은 철회(한국일보 9월 19일자 14면)됐지만, 우수반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한 오산시 관계자의 이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은 성적우수 학생에게는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교 1, 2등의 초등학생은 '영재반'으로 시작해서 중고등학생은 '특별반'과 '튜터반'까지. 성적우수 학생에겐 고액의 장학금도 늘 뒤따랐다. 이에 반해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장학제도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기도 싫다'는 식으로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몰아 반을 편성한 뒤 실력이 좋은 강사를 고용해 수업하지만,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실력과 책임감, 애정을 찾기 어려운 강사를 고용하는 등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물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은 학생 수준에 맞춰 상대적으로 질이 높아야 한다. 또 다른 학생들보다 더 노력하고 공부했을 학생에게 그만큼의 혜택과 보상을 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의 교육과 장학제도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주목할 뿐, 나머지 학생들은 모른 척한다는 데 있다.
충북의 음성장학회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고사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모의고사에서 3등급 이내의 성적을 받은 학생에게 등급당 10만원씩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이 장학제도의 취지는 학생들의 학업의욕 상승과 성적향상을 위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 모의고사를 치르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매번 받는 학생만 계속 인센티브를 받아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일부 학생은 돈을 주는 전국모의고사와 돈을 주지 않는 사설모의고사를 의식하면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더욱이 해당 군에서는 서울 소재의 대학에 진학하면 대학에 따라 4년, 2년, 1년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어 자칫하면 돈을 위해 공부하는 학생을 양산할 우려도 있다.
학생을 위한 바람직한 교육과 장학제도는 성적이라는 '줄 세우기'식 방법이 아닌 모두의 학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건 못하는 학생이건 똑같은 관심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다. '특별반'을 따로 운영하는 대신 상위권의 학생과 중하위권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같이 공부하면 시너지 효과를 뿜어내 전반적으로 학력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성적만으로 장학금을 주는 제도보다는 학생의 가정환경, 발전가능성 등을 고려한 교사들의 추천을 통해 다양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동등한 관심과 조언을 해주는 것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교육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산시 관계자가 했던 말이 이렇게 바뀌길 희망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권기선(충북 매괴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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