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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 이색 풍경

입력
2011.10.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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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전 초반 양상은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여야의 공수(攻守) 위치가 바뀌었고, 야당이 선거 때마다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과거 총선과 지방선거, 재보선 등에서 야당은 '공격'을, 여당은 '수비'를 주로 맡았다. 상대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각종 의혹들을 제기하는 것은 통상 야당의 역할이었고, 여당 후보는 이에 "소모적 정치 공방을 그만하고 정책 경쟁을 하자"면서 방어 전략을 폈다. 이번 보선에서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진영이 선제 공격에 나섰다. 한나라당과 나 후보 측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병역 문제와 부인 운영 인테리어 업체 특혜 의혹 등을 연일 폭로하고 있다. 박 후보 쪽도 나 후보의 재산과 부모 소유 사학재단 문제 등을 제기하긴 했지만 공격의 칼날이 상대적으로 무딘 편이다.

이는 박 후보를 추격하는 입장인 나 후보가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선거전략을 택해야 지지율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시민사회단체 출신인 박 후보는 경력과 도덕성 등을 제대로 검증 받은 적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논란거리가 많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선거에서 야당 후보의 단골 메뉴는 '정권 심판론'이었고, 여당 후보는 이에 '힘 있는 일꾼론'으로 맞섰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가장 많이 쓴 말은 '민생, 젊음'과 '정권 심판'이었다. 박 후보 진영이 정권 심판론을 거의 입에 올리지 않고 정책 선거를 강조하는 것도 이번 선거전의 특징이다. 대통령 임기 말이 가까울수록 정권 심판론이 더 잘 먹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전략이다.

이는 박 후보의 정치적 정체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민사회세력과 중도층, 정치적 무당층 등이 박 후보의 최대 지지 기반인 만큼 현정권을 강하게 비판해 '싸우는 야권 정치인'의 이미지를 얻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나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경우 박 후보가 정권 심판 카드를 꺼내 적극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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