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콥트기독교 신자 수천명이 9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에서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후 일어난 최대 규모의 유혈사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위와 진압 과정에 무슬림들이 대거 참가함으로써 시위가 반군부 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콥트기독교 시위대는 이날 아스완 주지사 해고를 요구하고, 반기독교 정서를 조장하는 국영TV를 비난하며 카이로 북부 슈브라를 출발해 국영TV 방송국이 있는 마스페로 광장을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지난주 아스완지역 교회가 공격 당하자 급진적 무슬림을 비난하고 무스타파 알 사예드 아스완 주지사의 경질과 교회 재건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군 병력이 시위대를 막으면서 양측이 격렬하게 충돌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212명이 부상했다고 이집트 보건당국이 전했다. 시위는 민주화 운동의 성지 타흐리르광장까지 번졌다. 수천명이 거리에서 돌과 탄약을 던지고 도로를 부쉈다. 군 병력은 이에 맞서 최루가스를 쏘며 진압에 나섰는데 이 때문에 거리는 하얀 연기로 뒤덮였다.
콥트기독교 신자와 무슬림의 충돌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단순한 종교 갈등 차원을 넘어 이집트 군부에 대한 도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혁명 이후 이집트는 후세인 탄타위 군 최고위원회(SCAF) 사령관이 실질적으로 나라를 통치하고 있는데 군부가 최근 권력 이양 시점을 늦춰 불신이 커졌다. NYT는 종교 분쟁이 군부 나아가 이집트의 미래에 대한 시위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위대 일부가 "무슬림과 기독교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의 문제"라고 외치고 무슬림 일부가 "기독교인은 물러가라. 이슬람, 이슬람"을 외치는 등 시위의 성격이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군부에 대항하는 기독교인을 돕기 위해 시위에 참가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이 되지 않아 혼돈 상태"라고 한 무슬림 대학생 오마르 엘샤미의 말은 현장의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
군 당국은 시위 다음날인 10일 오전 2시부터 오전 7시까지 국영TV 방송국이 있는 마스페로에서 카이로 동부 아바시야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에삼 샤라프 이집트 총리는 "종교분쟁이 아니라 민주주의로 가려는 이집트를 방해하려는 음모 같다"면서 사태 진정을 위한 비상각의를 소집했다.
SCAF는 하원선거를 11월, 상원선거를 내년 1월 각각 실시한 뒤 3월 개원하고 헌법 제정 및 승인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쯤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국 시간표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일정대로라면 군부의 통치가 2년 이상 이어진다고 NYT는 전했다.
■콥트교(Copts)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예수가 신성(神性)과 인성(人性) 모두를 소유하고 있다는 신인양성론을 부정하고 신성만 인정하는 단성설을 신봉한다. 7세기 이집트가 이슬람화한 이후 현재까지 독자적인 신앙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콥트교인은 이집트 인구 8,000만명 가운데 10% 정도되며 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 시리아 등에도 일부 콥트교인이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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